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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의원의 특권

입력
2015.08.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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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 200여 가지의 특권이 주어진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국회 안에는 치과, 내과, 한의원, 사우나, 미용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데, 진료는 의원 가족까지도 공짜다. 항공기, 철도, 선박 무료 이용 특전도 있다. 국고 지원으로 연 2회의 해외시찰도 한다. 민방위와 예비군 훈련이 면제되고, 골프장 이용시 사실상 회원 대우를 받는다. 수백억 원을 들여 설악산 근처에 짓는 의정연수원이 내년에 완공되면 ‘호화 콘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국회의원의‘갑질’은 천태만상이다. 인사청탁과 행사 협찬 등 각종 민원이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윤후덕 의원과 김태원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은 빙산의 일각이다. 여의도에선 ‘씨족 국회’라는 말이 나돈다. 자녀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한 명에 연간 수 천만 원의 급여가 지급되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웬만한 취업 청탁은 휴대폰 문자로도 통한다. 김태호, 김희정, 김진표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취업 청탁 문자를 보내다 카메라에 잡혀 망신을 사기도 했다.

▦ 일부 의원들의 ‘슈퍼 갑’ 행태는 국회 의원회관을 술렁이게 한다. 보좌관에게 아침식사를 차리게 하고 심지어 애완견 털 깎기를 지시하는 의원도 있다. 운전기사들은 갑질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험한 말은 기본이고 폭행까지 당한다. 보좌관들 사이에 갑질 의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게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지자체와 지방의원은 더 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다. “경로당 보일러를 바꿔달라”“조기축구회에 협찬해 달라”는 시시콜콜한 민원과 장례, 환갑 등 경조사의 허드렛일까지 떠맡긴다.

▦ 의원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수많은 지적에도 당사자들은 모르쇠다. 김영란법 원안에 있던 국회의원의 자녀와 친척 취업 청탁을 금지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뺀 데 대한 비판이 크다. 1967년 한 신문은 총선을 앞두고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국회의원은 만능에 가까운 특전을 부여 받고 있다. …국회의원만 되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고 금방석을 깐 자리로 인식되는 현상이 불식되지 않으면 정치근대화는 요원하다.” 50년이 지나도 그리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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