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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통일 기반 다진 동방정책 '접근 통한 변화'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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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통일 기반 다진 동방정책 '접근 통한 변화' 설계

입력
2015.08.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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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브란트 총리와 정치적 동반자

"동독인 마음 얻어 통일 이끌어 내"

독일 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에곤 바르의 2007년 10월 모습. 바르는 빌리 브란트 총리와 함께 동독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교류를 통해 통일로 나아가자는 ‘동방정책’을 설계했다. AP연합뉴스
독일 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에곤 바르의 2007년 10월 모습. 바르는 빌리 브란트 총리와 함께 동독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교류를 통해 통일로 나아가자는 ‘동방정책’을 설계했다. AP연합뉴스

독일 통일의 주춧돌이 된 ‘동방정책’을 설계한 에곤 바르가 19일 밤 심근경색으로 타계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93세.

독일 중부 튜링겐주에서 태어난 바르는 2차 대전 직후 동독과 서독뿐만 아니라 당시 적국이자 승전국이었던 구소련 및 동유럽에 가해국으로서 반성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가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측근으로 동독에 대해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을 설계했다.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도 불린 이 동방정책을 브란트 총리가 받아들여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1990년 통독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르는 브란트 총리와 ‘바늘과 실’의 관계에 불릴 만큼 돈독한 정치적 동반자였다. 브란트 총리가 1957년 서베를린 시장이 되면서 언론계에 있던 그를 대변인으로 발탁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어 브란트가 키징거 기독민주당(CDU) 대연정 내각에서 외교장관으로 재직할 때 기획실장을 맡았다. 69년 브란트가 총리에 오르자 실세인 총리실장을 맡은 데 이어 1972~74년에는 특임장관을 지내며 동방정책을 함께 실행했다. 이때 모스크바조약, 동서독 기본조약 협상을 주도했다. 브란트 실각 후에는 후임인 헬무트 슈미트 총리 정권에서 2년간 경제협력부 장관도 지냈다. 이후 1980~82년에는 유엔 군축위원회에 참여해 전세계 공통의 안전보장 개념을 제창하기도 했다.

2011년 베를린에서 바르를 만났던 임동원 전 통일장관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독일 통일에 대해 흡수통일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동독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서독이 강요하고 끌어들여서 통일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바르는 ‘동독 사람들의 선택’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에 따르면 바르는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인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 동독인들의 그러한 선택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서독이 “브란트 정권 이후 20년 동안 매년 평균 32억달러 정도의 인도적ㆍ경제적 지원을 동독에 제공”했고 그 기간 동안 “‘화해를 통한 변화’ ‘작은 걸음의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바르의 통일 전략에 대해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는 1963년 서베를린 대변인 시절 바르 연설 ‘접근을 통한 변화’를 거론하며 “‘한 번의 역사적 회합에서 역사적 결정으로 달성되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많은 단계와 조치들이 수반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며 “바르의 이 4쪽짜리 짧은 텍스트가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동독의 체제붕괴와 자유선거를 통한 통일’이라는 암묵적인 정치적 합의에 분명하게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르는 공산주의의 극복이나 자유선거는 통일과정의 시작 단계에서가 아니라 차후 또는 심지어 마지막 과정에서 이루어질 문제로 보았던 것”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바르의 부고를 접한 그의 소속당인 사회민주당(SPD)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는 “고인은 용기 있는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이자 독일 통일과 유럽 평화를 설계한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가브리엘 당수는 “바르는 자유의 힘과 대화의 힘을 신뢰했으며 이것이 ‘접근을 통한 변화’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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