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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84세 日 할머니 아이돌 KBG84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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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84세 日 할머니 아이돌 KBG84 인기

입력
2015.08.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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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할머니 그룹 ‘KBG84’가 고향 고하마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유투브 캡쳐
오키나와의 할머니 그룹 ‘KBG84’가 고향 고하마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유투브 캡쳐

“우리 그룹에 아무나 입단 못합니다. 나이가 80세 넘어야 받아줍니다. 대신 ‘천국과 가장 가까운 아이돌’이라고 불러주세요. 우리 목표는 쟁쟁한 가수들이 나오는 연말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것이지요! 까르르~”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 같은 일본 대중음악 스타를 배출해온 오키나와(沖繩). 그 곳에 가면 평균연령 84세의 여성 그룹이 있다. 오키나와 고하마섬(小浜島)의 ‘K’, 할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인 ‘바짱’의 ‘B’, 그룹을 뜻하는 ‘G’. 여기에 멤버 30명의 평균나이를 붙여서 ‘KBG 84’. 인기 걸그룹 ‘AKB48’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신입멤버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풀 메이크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한다. 만일 80세가 안 될 경우 연습생 생활을 거쳐야 한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4년 전부터 도쿄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 이들이 최근 신곡 ‘두루미는 천년, 거북이는 만년, 할머니는 120세까지’를 냈다. 무대에서 중심에 서는 일명 ‘센터’가 2명이다. 최고령인 야마지로(97) 할머니가 새하얀 틀니를 드러내고 경쾌하게 한 소절 불러 젖히면, 상반신과 바닥이 거의 평행으로 허리가 휘어진 메나카 토미(92) 할머니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손과 목을 신나게 좌우로 흔들어 댄다. 5,500엔이나 하는 티켓에도 불구하고 도쿄 시나가와(品川)호텔의 점심, 저녁 공연은 모두 매진이다. 할머니 18명의 율동과 노래는 관객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800명이 객석을 매운 채 놀라움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고향인 오키나와 고하마섬은 과거 NHK 인기드라마 ‘추라상’이 촬영됐던 곳이다. 도민 650명 중 10%가 80세 이상. 다케토미 마을 관광대사인 싱어송라이터 쓰치다 키쿠오(57)씨가 “비관적이 되기 쉬운 고령화 사회의 희망이 되자”며 프로듀서를 자처하면서 할머니 그룹이 탄생했다.

고하마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컴 온 앤 댄스, 고하마’란 싱글곡을 발표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섬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율동을 펼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화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1년부터 도쿄로 진출해 매년 콘서트를 열고‘천국에 가장 가까운 아이돌’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자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며 2013년 산토리 지역문화상도 수상했다.

유명해지면서 음악 스타일 변신에 도전했다. 오키나와 민요를 주로 노래했지만 올해부터 ‘두루미는 천년~’같은 댄스곡에 처음 도전한 것이다. 물론 안무는 손발이 못 따라가고 가사를 자주 잊어버리는 게 흠이다. 이 때문인지 공연 때 배부되는 홍보물에 ‘내용은 할머니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란 주의사항이 써있다. 할머니들이 넘어지거나 무대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행사장 직원들은 늘 안절부절못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질 생각이 없다.

공연 후 장사진을 이루는 팬미팅에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연습을 거듭하는 그룹 리더 가조키미(90) 할머니는 “모두 모여 와글와글 떠들고 즐기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했다. “저승의 선물이죠, 오래 살아온 보람이 있네요”라고 말하는 메나카(92) 할머니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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