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풍천면·예천 호명면 일대 신도시 1단계 공사 97% 마쳐
4월 준공한 도청 신청사 주위 도로 포장·가로수 작업 등 분주
3단계 조성 끝나는 2027년엔 인구 10만명 규모 신도시 완성
포항·구미와 함께 경북 3각 축… 낙후된 북부권 지역발전도 기대
대구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하던 경북도가 드디어 더부살이 신세를 청산한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된 후 도청소재지와 관할구역이 달랐던 경북이 늦어도 내년 2월이면 대구를 떠나 안동ㆍ예천 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이다. 경남, 전남, 충남에 이은 도 단위 광역지자체의 마지막 독립이다.
경북도청 이전은 인구 10만 신도시 조성의 서막이다. 내년 경북도청과 경북도교육청, 경북도경찰청 등 트로이카가 먼저 이전하면 허허벌판이던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은 천지개벽을 하게 된다. 2027년 이곳 10.96㎢의 신도시가 행정과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하면 철강산업의 포항, 전자벨트의 구미와 함께 경북의 3각 축이 되는 것이다.
이달 초 해발 332m 검무산에서 내려다 본 경북도청 신도시는 대역사(大役事)의 현장이었다. 검무산은 도청 바로 뒷산이다. 대구 북구의 현 경북도청을 출발, 북대구IC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를 거쳐 1시간20분 만에 도착한 도청 신도시에는 1단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9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1단계 조성공사 중 토공과 우수, 오수, 상수공 등 부지조성공사는 이미 끝났고 지금은 도로경계석 시공, 포장공사, 가로수 식재, 가로등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목 마른 가로수는 물주머니를 차고 있었고 가로등도 불 밝힐 채비를 마쳤다.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자리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솟고 있고, 진입도로의 중앙선과 가장자리에는 경계석이 놓여졌다. 반듯하게 구획된 땅에는 이미 완성된 건물과 운동장, 주차장이 터를 잡고 있었다. 올 4월 준공한 경북도청 신청사는 한옥 팔작지붕을 이고 있고 7월에 준공한 경북도교육청도 전통미를 뽐내고 있었다. 경북도경찰청은 내년 말에 완공된다.
경북도청 신청사는 부지 24만5,000㎡, 건축 연면적 14만3,000㎡ 규모로 건립됐다. 2011년 10월부터 총 사업비 4,055억을 들여 본청과 의회, 주민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4개의 건물로 탄생했다. 도청 신청사는 최신식 건물답게 친환경 최우수, 에너지효율 1등급, 초고속 정보통신 1등급, 지능형 건축물 1등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2등급 이상을 획득하는 등 국내 최고의 스마트 녹색청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신도시에는 1단계로 유치원과 초중고 6개교가 설립된다. 내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각 1곳이 문을 열고 2017년에는 고교 1곳이 개교한다. 정주여건 마련을 위해 분양된 아파트는 모두 7개 단지 4,524세대로 이중 공무원 임대아파트 644세대가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2027년까지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10.96㎢ 부지에 총 사업비 2조7,000억원을 투입, 인구 10만명 규모로 조성되는 경북도청 신도시는 행정타운 조성과 도시활성화, 신도시 완성 등 3단계로 추진된다.
우선 1단계로는 올 연말까지 4.8㎢ 부지에 인구 2만5,000명 수용 가능한 행정타운과 유관기관 용지, 주거용지, 환경에너지종합타운 등이 선보인다. 2016∼2020년 도시활성화 단계에는 3.29㎢ 부지에 주거용지와 상업시설, 종합병원, 복합환승센터 등이 들어서 인구 4만4,000명이 더 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도시를 완성하는 2021∼2027년에는 2.87㎢ 부지에 주거용지와 산업시설, 특성화대학, 테마파크 등 도시자족시설이 갖춰져 3만1,000명이 입주하는 등 총 10만명의 자급자족 도시가 된다.
총 부지 10.96㎢ 중 주거용지는 2.85㎢(26%), 상업업무용지 0.82㎢(7.5%), 지원시설 0.15㎢(1.3%), 기반시설용지 6.85㎢(62.5%) 등으로 단독주택은 2,092가구, 공동주택은 3만7,908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특히 공원녹지가 3.37㎢로 30.7%에 이르는 도청신도시는 전원형 생태도시로도 손색이 없다. 수변공간과 공원, 녹지를 연계해 신도시 전역을 순환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63㎞도 선보인다.
신도시에는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도청신도시 U-city 건설사업을 보면 내년까지 공공정보 통신망과 도시통합운영센터 등 기반시설을 구축, 대중교통 정보제공, 실시간 교통제어, 공공지역 안전검사 등 6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도청신도시는 낙후된 경북 북부권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1970년대 불균형 발전 전략에 따라 포항과 구미 등 경북 동남ㆍ중부 권역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동안 농업에 뿌리내린 북부지역은 내리막길 일로였다. 젊은이 이농현상으로 인구감소에 지역경제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신도시 조성으로 경북은 구미의 전자산업과 포항의 철강벨트, 안동ㆍ예천의 행정ㆍ문화 3각 거점으로 재편된다. 신도시는 또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국도 34호선 등 교통망을 끼고 있는데다 앞으로 동서5축, 6축 고속도로, 중앙선 복선전철화로 접근성이 개선된다.
안동과 영주, 문경, 의성, 예천, 봉화, 청송 등 경북 북부의 지자체들은 도청 이전을 지역발전의 호기로 삼고 있다. ‘도청맞이 범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안동시는 일직면 일대에 ‘남부권 신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고, 영주시는 교육과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도청의 베드타운을 자처하고 있다. 올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한 문경시는 스포츠 및 문화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의성군은 경북 농업의 중심축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도청신도시 내 민간 아파트들이 대거 건립 중인 예천군은 도 산하 유관기관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봉화군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등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청송군은 슬로시티의 문화콘텐츠를 살리고 있다.
올들어 원룸과 식당이 계속 생기고 있는 안동시 풍산읍 주민들은 “도청과 도교육청 등이 이전하면 차량으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풍산읍이 가장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청 신도시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 21조1,799억원, 부가가치유발 7조7,768억원, 고용유발 13만6,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행정구역과 도청소재지가 다른 상황이 이어져온 경북도는 올해 신청사 완공에 이어 이전을 마무리하면, 대구의 그늘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광역지자체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장상길 경북도청이전추진본부장은 “생태축을 살린 도청 신도시는 녹지율이 30%가 넘는 물순환형 수변도시로, 전통기와를 지붕으로 올린 도청 건물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신도시는 한국적 이미지를 담은 녹색성장 행정중심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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