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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본질에 아프게 질문해야

입력
2015.08.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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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김수행 교수 별세 후

한국사회경제학회 첫 학술대회

20일 경남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 캠퍼스에서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사회경제학회 제공
20일 경남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 캠퍼스에서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사회경제학회 제공

“2008년 폭발한 세계자본주의 위기, 저조한 경제성장률, 치솟는 청년실업률…. 국내외의 객관적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요청하고 있는 듯합니다.”(정성진 한국사회경제학회장)

고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이달 초 작고하기 직전까지 이사장을 맡아 온 한국사회경제학회가 20일 경남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 캠퍼스에서 여름학술대회를 열었다. 학계의 큰 스승이자 든든한 거목을 잃은 연구자들은 21세기 자본, 대안사회모델 등을 논의해온 예년과 달리 학회 창립(1987년) 초기 단골 토의 주제였던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최근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다시 머리를 맞댔다. 참가자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에 더욱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한국기업집단은 효율적인 기업구조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근기 경북대 교수는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 수준이나 모기업의 출자비중, 가족경영의 정도(지배주주의 실질지분)가 높을수록 기업의 매출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 30대 기업집단 및 계열기업을 분석한 결과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기업집단의 구조적 특징이 성과에 주는 ‘음의 영향’이 더 두드러졌다”며 “계열기업간 출자를 통한 폐쇄성이나 가족경영이 부정적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김수행 교수가 서울대 경제학과 재직 시절 박사 논문을 지도한 마지막 제자인 장시복 목포대 교수는 ‘삼성의 초국적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향후 학계의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더 이상 ‘일국의 챔피언’이 아니며 국가의 하위 파트너로 종속적 역할을 하지 않게 된 초국적자본의 성격, 노동상태에 끼치는 영향, 제어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시설들은 단지 자본축적을 위해 존재할 뿐, 지역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증대시켰다는 근거가 없다”(박인옥 인천대 교수), “정부의 일자리제공 사업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발표도 이어졌다.

학회에 앞서 고인에 대한 애도로 인사말을 대신한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갑작스런 별세가 아니었더라면 김수행 선생님께서 이 학회에 참석하실 예정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며 “세계자본주의 위기는 계속되고 제국주의의와 이에 따른 지역적 갈등, 전쟁이 끊이지 않을 뿐더러 국내에서는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가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김수행 교수는 2007년 11월 서울대 교수 정년 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자본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가장 유효한 담론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 김수행 교수는 2007년 11월 서울대 교수 정년 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자본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가장 유효한 담론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어 “후배들이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 대안을 날카롭고 정교하게 대중화하는 것이야말로, 항상 이메일 끝에 ‘건투!’를 말하던 고인의 유지를 계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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