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방중… 시진핑과 회담
열병식 참석도 전향적으로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행사(전승절)’에 참석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박 대통령이 중국 경도론과 한미동맹 약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행사 참석을 전격 결정한 것은 미국 중국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균형 외교를 펼치면서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전승절 행사 중 중국의 군사 패권주의 과시 행사로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는 확정 발표하지 않은 채 일단 참석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9얼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20일 공개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중국 방문 기간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하고 중국 기업인들을 만나는 등 경제 행보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중국 방문은 취임 이후 세 번째이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여섯 번째다.
박 대통령은 미국 동맹국의 정상들 중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처음으로 확정했다. 중국이 50여개국 정상들을 초청한 가운데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서방국가 정상들은 전승절 행사에 대부분 불참하기로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몽골 등 정상들만 초청에 응했다.
청와대는 전승절 행사 참석 관련 입장을 미국에 사전 설명하는 등 균형 외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10월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계획을 지난 12일 미국과 조율을 거쳐 이례적으로 서둘러 공개한 것도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이 부를 외교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향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고 3일 행사 일정 상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열병식이 진행되는 만큼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만 불참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외교가의 견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미국의 반응과 국내 보수 진영의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이어 10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도 갖는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맞추어 G2 상대 외교전에 본격 시동을 거는 박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주도적 균형외교의 새 판 짜기에 나설지 주목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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