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주머니에서 테니스공을 꺼내 저 멀리 던졌다. 강아지는 공을 쫓으려다 끄응 소리를 내며 주저앉아, 노인의 다리에 머리를 갖다 댔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비옥한 바나나 농장이 석고 반죽처럼 으깨지며 말라붙었다. 수많은 꽃을 피운 파인애플도 색을 잃고 형체를 빼앗겼다. 강과 바다 사이에 있는 거북이 농장도 건조한 먼지 사막이 되었다. 녹색아귀綠色餓鬼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중년 여인은 다가오는 초록 장벽을 보며 실성한 듯 웃어댔다. "말도 안 돼! 이건 꿈이야. 이럴 순 없어." - 암담한 초록 현실은 웃음으로 피할 수 없었다.
해변에서 도시로 달아나던 사람들은 도시에서 해변으로 도망쳐 나온 사람들과 만났다. 모두 절망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는 달아날 곳이 없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사람들. 손가락 사이로 초록빛이 새어들어 왔다.
해변의 사람들은 도시의 사람들이, 도시의 사람들은 해변의 사람들이 거품으로 사라지는 것을 봐야 했다. 심장을 관통하는 비명. 초록빛에 갇혔지만 ……. 최후가 임박했지만 …….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느꼈다. 절망의 한가운데 ……. 그녀도 있었다. 그녀는 지우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남기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사람들을 살폈다. 주위의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과 몸짓으로 흐느껴 절규했다. 한 남자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했다. 두려움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녀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리고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녀의 눈길이 에바의 시선과 마주쳤다. 처량하고 무기력한 에바의 눈빛-. 그녀는 본능에 따라 에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거기에 있는 거 알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두려워 말아요. 고통은 짧을 거예요. 아쉽지만 우리의 삶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최후의 순간 초록빛에 휩싸일 때, 그녀는 알듯 모를 듯 미소 지었다.
해변의 사람들과 마주쳤다는 것은 죽음의 빛이 좁혀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빛 테두리 밖은 아마도 ……. 안전할 것이다. 진심으로 그러길 바랐다. 지우 ……. 널 만나서 행복했어 ……. 그녀는 죽음의 녹색 회오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그 언젠가 지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기엔 ……. 인생이 너무 짧잖아.' 그의 말이 지금처럼 절박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 지우야. 넌 행복해야 해. 잘 살아. 작은 바람을 지닌,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소멸했다. 초록은 돋보기 초점처럼 한 점에 모인 후, 섬광처럼 사라졌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소금처럼 하얀 가루뿐이었다. 리옹 섬에서 일어난 재앙은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녹색붕괴였다.
* * *
인류가 경험한 최악의 재난 …. 녹색붕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듀아멜은 정면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쳐다보며 무섭게 말했다. 마치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단호한 태도였다. 그는 사하라 사막의 홍수를 예측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리옹에서 녹색붕괴가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듀아멜에게 의견을 물었고, 듀아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가 바라보는 스크린에는 삼십 개로 분할된 직사각형 구획이 있고, 구획마다 미합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한국, 중국, 일본, 남아프리카,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의 지도자와 참모들의 모습이 보였다.
'원인은 무엇이었소?'
중국 주석의 보좌관이 물었다. 질문은 실시간으로 번역되었다.
"모르지만 ….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이상 현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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