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사업장을 돌며 현장 경영에 힘쓰고 있다.
이번 주에만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포함해 매일 2~3군데를 도는 일정을 소화했으며 내달 중에는 해외 출장을 통해 주요 거래선 및 사업장을 돌아볼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역대 재벌 총수 중 최장인 2년 7개월의 수감 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지난 14일 0시 의정부 교도소를 나온 뒤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이어 주말이자 광복절인 지난 15일과 16일에도 본사에 나와 경영진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15~16일에는 김창근 의장 및 그룹 내 일부 임원들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17일부터는 최 회장의 행보가 한층 거침없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와 청년 고용을 부응하는 정책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고 대규모 투자방안까지 내놓았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17개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 보고를 받고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비쳤다. 현재 건설 중인 경기도 이천의 M14 반도체 생산라인의 장비투자와 2개의 신규공장 증설에 이같은 규모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다"면서 공격적인 경영 의지를 천명했다.
최 회장은 이달 말까지 서울에 있는 SK텔레콤을 포함한 계열사 본사와 울산 SK 에너지 콤플렉스 등 그룹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을 모두 돌아볼 계획이다.
그는 지난 18일에는 '창조 경제'가 현 정부의 숙원 사업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SK그룹이 후원하는 대전과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차례로 방문했다. 벤처기업 대표들과 도시락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19일에는 SK그룹 내 최대 연구시설인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센터와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날 오전에는 대덕 연구단지도 찾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최 회장이 1박2일 일정으로 이천까지 내려갈 정도로 반도체 투자와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서둘러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SK그룹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를 받았으나 수감 기간에 현장을 보지 못해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 직원들과 소통을 한 뒤 그룹의 로드맵을 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도 애초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사면에 복권까지 되면서 해외 출장을 나가는데 걸림돌이 없어진데다 SK의 거점 지역인 동남아, 중국, 미국, 중남미에서 사업 상황의 적신호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의 중국 윤활유 업체 인수 실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시노펙 등과 합작 사업 강화 등도 중요하다. 최 회장은 수감되기 전인 2012년 말에도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한층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13년부터 중단된 중국 등 여러 글로벌 거점에서 사업기회를 찾아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현장경영도 본격화된다"고 말했다.
김서연 인턴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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