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건 회부 불구 징계결정은 전무
"특권 포기" 국회법 개정도 헛바퀴
현역 국회의원의 취업청탁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자정기능을 담당해야 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단 한 건의 징계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기능상실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구태를 근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19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윤리특위에 제출된 의원 징계안은 모두 38건으로 현역 의원 10명 중 1명 꼴로 윤리특위에 회부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징계가 의결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등에서 막말을 해 무리를 빚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등에 대해 ‘30일 출석정지’ 의견을 내는 등 10여건에 대해 징계 의견을 전달했지만, 윤리특위는 해당 안건 의결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징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여야는 지난 2012년 19대 국회 개원 당시 특권 포기 경쟁을 벌이며 윤리특위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이 마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윤리특위 늑장조사 및 의결을 막기 위해 윤리심사위에 징계안에 대한 조사 및 심사, 징계 요구권까지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에도 보수혁신위원회를 통해 윤리특위 정상화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단 한차례 논의도 없이 3년 넘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리특위가 자정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제식구 감싸기가 불가능하도록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윤리심사자문위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 종류도 좀더 세분화하고, 의원수당 정지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징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목사는 “윤리심사자문위원도 정당이 추천하고, 윤리특위도 의원들로 구성돼 있는데 자기 목에 칼을 겨누는 일을 하겠냐”며 “적어도 과반수 이상은 외부 사람(민간 전문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일벌백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리심사위는 20일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의 징계안을 심의키로 했다. 윤리특위 한 관계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징계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식이 안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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