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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가요… 북한군 마음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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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가요… 북한군 마음 잡아라

입력
2015.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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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확성기 방송 '부드러운 힘' 전략

선전보다 정보·감성적 접근이 효과

北 대남방송은 장비 열악해 잡음만

"적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군 당국은 북한 지뢰 도발 대응 조치로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이 같은 전략 목표를 잡았다고 한다. 북한 체제의 모순을 고발하며 직접적인 대결을 부추기기 보다는 일상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감성적 접근으로 북한 군인들을 무장해제 시키겠다는 계산이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휴전선 부근 전 지역에서 실시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한은 물론 북한 지역 내 소식을 알리는 뉴스 및 날씨, 음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만한 내용은 일부러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남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내용도 자제한다. 북한 군인들에게 괜한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일상적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게 더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방송에서 내보낸 일기예보가 맞으면, 북한 군인들은 ‘우리는 저런 걸 예측할 능력이 없는데 확실히 남한이 발전했나 보다’라고 피부로 느끼게 된다”며 “백 번 천 번 선전 선동 하는 것보다 실제로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북 확성기 방송이 한창 전개되던 시기에는 북한 군인들과 인근 북측 지역 주민들이 비가 곧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빨래를 걷을 만큼 방송 내용을 매우 신뢰했다고 한다. 2004년엔 방송에서 나온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 소식을 듣고 북한군 병사가 가족들에게 안부 편지를 썼다가 부대 검열에 걸렸을 정도였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남측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틀어주거나, 남성보다는 여성의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식이다. 군 관계자는 “보통 녹음기를 틀지만 과거엔 여군들이 일부러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들로부터 발음 발성 교육을 받고 직접 마이크에 대고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북한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최근 재개하며 맞불 작전을 놓았지만, 스피커 시설이 열악해 알아 들을 수 없는 잡음만 들려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 소초(GP)에서 언제든지 남쪽을 향해 사격할 수 있도록 총안구(사격 당시 몸을 숨기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를 개방해놓거나, 최전방 부대 포사격 훈련의 빈도도 부쩍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총안구 개방은 평소에도 관측됐던 내용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타격을 위한 직접적인 훈련 징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아직까지 특이 동향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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