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생 이모(18)양은 수학과목에 다른 과목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쏟고 있다. 문과생인 이양은 비교적 쉬운 A형 수학을 응시할 계획이지만 수능을 3개월 앞둔 지금까지도 주말마다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다. 덕분에 2학년 때까지 5등급에 머물던 수학과목 내신도 최근 1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이양의 아버지(54)는 “문과라도 수학을 포기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워 딸에게 일찌감치 학원을 권했다”며 “초반에 수학과목에서 치고 올라가는 남학생을 따라잡기 위해 딸도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여학생들이 고전하고 남학생들이 강세를 보였던 수학과목에서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앞지르고 있다. 뚜렷해진 여학생들의 이과 선호 현상, 남녀 평등 풍조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난이도가 높은 수학 B형에서 여학생의 표준점수(평균)가 남학생들보다 높았던 것은 상징적이다. 수학 A에서는 이미 여학생이 남학생의 점수를 추월했지만 수학A, B 모두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수능 성적이 분석된 2010년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여학생들의 이과 선호 현상을 감안하면 이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연구소장은 “이과는 말할 것도 없고 문과에서도 비교적 취업하기 쉬운 상경계열은 수학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국어와 영어, 탐구과목에‘선택과 집중’했던 여학생들이 이제는 수학에 끝까지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높아진 남녀 평등의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재수를 시켜서라도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상황에서, 여학생의 재수 비율이 늘어나면서 전체 여학생의 수학 성적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남녀 평등 지수 높아질수록 여학생 수학성적 올라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며 “수학 실력을 결정하는 것은 성별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노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수능의 경우 수리영역이 이례적으로 쉽게 출제돼 여학생들의 수학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능 만점자 비율은 통상 0.3~0.4% 정도이지만 지난해 수리영역은 수리 A형의 만점자가 2.5%, 수리 B형의 만점자가 4.3%나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꼼꼼하고 차분해 실수가 적은 여학생의 공부 스타일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