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톤급 바지선·450톤급 예인선에
잠수사 등 150여명 인력 투입
최악 환경 감안 무인잠수정도 계획
"선체 모두 폐쇄·세 겹 그물망 설치
모든 희생자 시신 수습에 최선"

19일 오후 2시 전남 진도 맹골수도 해역. 국내에서도 가장 조류가 빠르고 거세기로 손꼽히는 곳답게 바지선과 예인선을 거세게 몰아쳤던 물살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조류 속도가 약해지는 정조기에 들어서는 시각, 육중한 크기의 바지선 위에서 잠수를 준비 중이던 잠수사들의 몸놀림이 분주해졌다. 이들이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16일, 304명의 희생자와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한 수중조사와 선체촬영이 이날 오후 시작됐다. 참사가 발생한지 490일, 지난해 11월 11일 실종자 수색 작업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281일만에 인양을 위한 닻이 마침내 오른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上海)샐비지 컨소시엄은 1만톤급 바지선과 450톤급 예인선을 세월호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 맹골수도로 가져와 해상기지를 구축하고, 이날 오후부터 잠수사 투입과 함께 인양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은 7월 15일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지난 7일 인양 업체로 최종 계약을 맺은 곳이다. 지난달 중국 창장(長江ㆍ양쯔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침몰 사고 당시 선체 인양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수중작업에 중국인 잠수사 96명 등 150명 가량의 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응급상황 등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육지에 오르지 않고, 해상기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작업하게 된다.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한국인 잠수사는 투입되지 않는다.
수중에 투입되는 잠수사는 일단 세월호 주변 환경을 파악한 뒤 세월호 창문과 출입구 등에 식별장치를 표시하면서 구역별로 정밀 조사를 하게 된다. 강한 조류와 이로 인한 혼탁한 시야 등 맹골수도가 잠수 작업을 하기에 ‘최악의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 원격조정 무인잠수정(ROV)도 투입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선체 하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다이빙케이스’도 사용된다. 윗부분이 뚫린 철재 상자를 세월호 옆 해저바닥에 고정시킨 뒤 안쪽 상자에 산소통을 맨 잠수사 2~3명을 태워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일종의 바다 밑 임시 기지로, 그 동안 논란이 됐던 ‘다이빙벨’과는 구조나 사용 방식이 다르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중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실시설계(실제 작업에 필요한 내용으로 기본설계보다 구체적으로 만든 설계)를 완성할 계획이며, 곧바로 잔존유 제거 등 해상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중조사는 앞으로 열흘 동안 진행된다.
실시설계가 완성되면 수온이 낮아지는 10월말까지 배 안에 남아 있는 연료를 빼는 잔존유 제거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작업은 ▦선내 부력제와 압축공기 주입 ▦크레인에 연결된 와이어로 선수 부분을 들어올린 후 24개의 리프팅빔 설치 ▦플로팅 독에 선체를 올려놓은 뒤 목포신항으로 이동의 순으로 이뤄지게 된다. 겨울에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내년 7월까지는 인양이 완료될 것으로 해수부는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등은 이번 선체 인양 작업의 방점을 ‘배 안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희생자 9명 시신 수습’에 두고 있다. 창문과 출입구 등 선체의 개구부(開口部)를 모두 폐쇄하는 것은 물론 총 세 겹의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체 외부에 조류방향에 따라 스크린을 설치해 인양 중 발생할 수 있는 시신 유실에 대비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6,800여톤에 달하는 세월호 규모 선박을, 실종자가 아직 남아 있는 배를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하는 사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라며 “선체 인양과 함께 선체 내부에 남아 있을 실종자 시신을 모두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도 이날 직접 바지선에 올라 수중작업 착수 상황을 점검했다. 유 장관은 “세월호 인양은 선체 인양의 의미를 넘어 맹골수도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미수습자를 수습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작업”이라며 “인양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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