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서 의정활동 등 상시평가 후 반영"
교체비율 더 높아질 가능성도, 당내에선 뒤숭숭… 공정성 우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물갈이에 시동을 걸었다. 혁신위는 현역의원 20%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제시, 내년 총선에서는 현역 의원 5명 중 1명꼴로 공천에서 원천 배제될 판이다. 공천 혁신안 논의 과정에서 교체 비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의원들 사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임기 내내 평가한 결과를 공천에 반영한다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 관련 공천 혁신안을 제시하며 “외부 인사들로만 구성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통해 현역 의원, 단체장 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시 평가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안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중앙당 평가위가 맡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평가는 시도당 평가위에서 담당한다. 평가는 임기 중간 평가와 선거 6개월 전 평가 등 2차례 실시하고, 중간평가 30%, 최종평가 70% 비율로 반영된다.
혁신위는 평가에서 ▦지지도 여론조사 ▦의정 활동ㆍ공약 이행 평가를 35%씩, ▦동료 의원 등 내부 구성원끼리 하는 다면평가 ▦선거기여도 평가 ▦지역구 활동 평가를 각각 10%씩 반영해 이들 5개 항목을 토대로 교체지수를 산출하도록 했다. 선거기여도 평가는 총선 정당 비례 득표율과 임기 내 지방선거 광역비례득표율을 비교해, 임기 내 광역ㆍ기초의원 선거 결과를 활용한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은 의정활동과 다면평가만 진행한다. 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밀봉해서 별도로 보관하다, 선거가 임박해서 전략공천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에게 전달돼 공천 과정에서 활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교체 비율 20%는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평가위 말고도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도덕적 하자가 있는 분은 자동적으로 배제되며, 공천 과정에서 또 평가가 이뤄진다”며 실제 물갈이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곤 위원장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화합과 통합의 길을 방해하는 자, 당 정체성을 해치는 자, 막말과 해당 행위자도 새정치연합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객관성ㆍ공정성 지적도
물갈이 작업이 구체화하자 당내는 크게 술렁거렸다. 문재인 대표는 “선출직 평가위는 이미 2월 전대에서 규정된 기구로, 평가가 나쁜 분들에게 불이익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혁신위가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위 20% 공천 배제는 당연하다”면서도 평가위가 외부인사로만 꾸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여협상 기여도 등 정성 평가 항목까지도 정량 평가로 객관화할 수 있느냐”며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당론 등으로 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인위적 물갈이가 자칫 이탈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예정대로라면 10월쯤 평가가 이뤄질 것 같은데 현역의원들이 모의고사처럼 별도로 예상 평가 항목을 만들어 자체 여론조사를 하느라 과열될지 모른다”며 “혁신위가 구체적 평가 항목을 얼마나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만드느냐가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날 발표한 공천개혁안을 20일 당무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또 이달 말까지 전략공천, 비례대표 공천, 공천심사 전반에 걸친 시스템 공천안, 경선방식에 대한 혁신안을 담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키로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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