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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래밍 재능이 조선족 청년에겐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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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래밍 재능이 조선족 청년에겐 독이었다

입력
2015.08.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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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앱ㆍ도박 프로그램 등 개발 판매… 문어발식 범죄 저지르다 경찰에 덜미

중국 옌벤(延邊) 출신 조선족 서모(27)씨는 열아홉 살이던 2007년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의 꿈을 안고 관련 학원에 등록했다. 1년 남짓 프로그램 언어인 자바를 배운 그는 정보기술(IT)회사에 입사해봤자 월급이 5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프리랜서로 방향을 틀었다. 다양한 의뢰를 소화하면서 서씨는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남들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바와 다른 프로그램 언어인 시샵(C#)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했고, 데이터베이스 저장, 해외 인터넷프로토콜(IP) 우회 기술 등도 독학으로 익혔다.

하지만 단기간에 전문가 반열에 오른 서씨는 2012년부터 일확천금을 노리며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한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 먼저 불특정 다수의 스마트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메시지 속 인터넷 주소를 클릭한 이용자들을 가짜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도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ㆍ이름ㆍ주민등록번호ㆍ계좌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빼낼 수 있는 프로그램(스파이앱)을 만들었다. 그는 이렇게 모은 정보를 같은 해 8월 중국동포에게 1,300여만원을 받고 팔아 치웠다.

서씨의 범죄 행각은 점점 대담해졌다. 한국 쇼핑몰 사이트 109개를 해킹해 회원 18만명의 개인정보를 취득했고,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도청 등 금융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개발했다. 그는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인 송모(40)씨와도 손을 잡았다. 2010년 서씨에게 게임 개발을 의뢰했던 송씨는 서씨의 남다른 실력을 눈여겨보고 범행에 끌어 들였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도박 프로그램을 개발, 사이트 운영자 8명에게 각 1,000만원씩 받고 판매한 뒤 관리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내용과 수ㆍ발신 내역 등을 엿볼 수 있는 도청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박 사이트 운영자의 스마트폰에 심어놓기도 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문어발식 범죄를 저지르던 두 사람은 올해 7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9일 스파이앱 개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씨를 구속하고, 이를 유포한 송씨도 유사행위 등 금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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