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독가스 검출·가능성 주장
관영 신화통신선 "절대 아니다"
피난 주민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것"
중국 톈진(天津)항 폭발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독극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당국은 문제가 없다며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 듣기 보다는 20일까지 이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공포감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19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소방총대의 생화학검사팀은 지난 16일 현장 조사에서 측정 가능한 최고치 수준의 유독성 가스를 검측했다. 측정 지점은 사고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곳이었다. 소방총대 생화학검사팀이 차량 진입이 더 이상 어려운 곳에 도착, 산소호흡기 등 장비를 갖추고 걸어서 현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측정기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측정기의 유독 가스 수치는 이미 검측할 수 있는 범위를 웃도는 최고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먼바오(門寶) 베이징(北京)화공대학 국가신(新)위험화학품 평가ㆍ사고감정실험실 박사도 “폭발 지점 반경 100m 이내의 지역 공기 측정에서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 외에 신경성 독가스도 검출됐다”며 “다양한 위험 화학품이 폭발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독성 기체를 방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신경성 독가스는 흡입 시 호흡기와 심장 기능 정지로 사망할 수 있다”며 “사고 현장의 위험 화학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전문가를 인용, 사고 현장에서 신경성 독가스가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당국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오징링(包景嶺) 톈진시 환경보호국 환경응급전문가팀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에서는 사고 현장 핵심 이외의 지역 검측만 담당하고 있다”며 “신경성 독가스가 검출된 곳은 군 부대가 담당하는 구역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 비가 내리면서 사고 현장 부근 일부 도로에서 하얀 거품이 생긴 것에 대해서도 “현장의 거품과 물, 토양 등을 채취해 분석을 한 결과, 모두 정상 수치 범위 안에 있었다”며 “다른 17곳의 대기 검측치에서도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고 현장 700톤의 시안화나트륨이 비를 만날 경우 독가스인 시안화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해명이다.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주민은 드물다. 사고현장에서 10㎞ 떨어진 아파트에 살다가 사고 직후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조부모집으로 피난을 간 한 톈진 주민은 뉴욕타임스에 “정부 발표에 내 목숨을 맡길 순 없다”며 “당분간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워스이쿠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당국은 늘 안전하다고만 하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헤이써더칭춘우도 “위험 화학물이 터졌는데 위험하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번라이라는 누리꾼은 “당국이 공식 발표한 만큼 유언비어를 유포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심이 흔들리며 중국공산당과 지도부에 대한 신뢰 추락이 정치 역학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과 사고를 낸 루이하이(瑞海)물류공사의 실세가 친인척 관계란 주장도 유포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로 20대 소방관 부부와 임신 5개월 된 태아가 한꺼번에 숨진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톈진항 소속 소방관인 쑨윈페이(孫云飛·26)와 톈진항 병원 소속 간호사인 리원윈(李文芸·26) 부부는 사고 당일 폭발 현장에서 1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사무실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지난해 여름 결혼했고 부인 리씨는 올 연말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중국 내 보험회사들의 손실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분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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