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대유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량 공급이 가능한 세포배양 제조 방식의 독감 백신이 국내 처음으로 출시됐다.
SK케미칼은 19일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개발해 지난해 시판 허가를 받았고, 이달 중 국내 첫 접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배양 독감 백신 출시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에 이어 세계 2번째다. 노바티스의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아직 성인에게만 접종이 허가돼 있다. 소아도 맞을 수 있는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스카이셀플루가 세계 최초다.
세포배양 방식은 개나 원숭이 등의 동물세포를 통해 독감 바이러스를 다량 배양한 뒤 독성을 약화시켜 백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바이러스를 달걀(유정란)에 주입해 배양하는 기존 백신은 제조에 6개월 가량 걸리지만, 세포배양 백신은 2개월이면 된다. 김훈 SK케미칼 바이오실장은 “기본 백신 원료인 유정란은 제때 다량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감염 환자 수가 최대치에 이르러서야 백신이 공급될 수 있었다”며 “세포배양 백신 출시로 향후 백신 공급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 3배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셀플루는 생후 6개월 이상의 소아에게 접종이 허가된 첫 세포배양 백신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소아 임상시험에 참여한 김윤경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385명에게 주사한 결과 항체 생성 등의 효과가 기존 백신과 동등하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세포배양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백신의 경우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맞지 못했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백신 제조가 세포배양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만 1950년대 이후 임상 데이터가 쌓여온 유정란 백신에 비하면 아직 세포배양 백신의 안전성을 확신하긴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소비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부담이다. 배재호 SK케미칼 LS마케팅본부장은 “미국에선 세포배양 백신 가격이 유정란 백신보다 70% 정도 비싸지만, 국내에선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적정가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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