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결정할 논의가 연기됐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그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반발로 회의가 일주일 미뤄졌다. 내부 반발이 수습되지 않으면 다음 회의가 제대로 열려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노사정위 재가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노총이 내건 전제조건의 수용 여부다. 한국노총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두 가지를 의제에서 빼 줄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 10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나 이 부분을 수용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내부 반발에도 노사정위 복귀를 결심한 것은 정부와 노사정위의 입장 변화를 감지한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두 의제를 이번 협상에서 다루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연기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는“노사정위 복귀 후 논의할 문제”라며 종전의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이렇게 되니 한국노총 내부의 분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복귀해도 두 가지 쟁점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믿어달라”는 지도부와 “확실한 보장 없이 들어갔다가 부도수표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강경파 간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 재가동 여부의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남은 일주일 동안 정부가 두 쟁점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아야 노사정 대화에 물꼬가 트인다. 노동계로서는 노사정위 협상에서 얻을 게 없는 입장이어서 대화 재개 자체가 마뜩잖게 마련이다. 이런 노동계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히기 위해서는 그 만한 명분을 줘야 한다. 어차피 노동개혁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게 아니라면 노동계의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가 두 가지 의제를 고집할수록 쉬운 해고와 일방적 임금 삭감을 노린다는 의구심만 커지게 할 뿐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노동계 압박이 아니라 대화 복귀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노동계도 마냥 노사정 복귀를 거부할 일은 아니다.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현재 노동시장에는 두 가지 의제 외에도 비정규직 문제, 통상임금 조정, 노동시간 단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노동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노총은 대화 조건에 얽매이기보다 협상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얻는 방향으로 움직여가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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