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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낼 수가 없구나… 고 선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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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낼 수가 없구나… 고 선생아!”

입력
2015.08.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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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수학 동길산 시인, 투신 부산대 교수 추모글서 애잔한 심경

19일 부산대 본관 1층에 설치된 고 고현철(54) 국문과 교수의 분향소 모습.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2015-08-19(한국일보)
19일 부산대 본관 1층에 설치된 고 고현철(54) 국문과 교수의 분향소 모습.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2015-08-19(한국일보)

총장선출 방식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고현철(54) 부산대 국문과 교수에 대해 동문수학한 한 시인의 절절한 심경의 추모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 교수와 고교, 대학을 함께 다닌 동길산(55) 시인은 18일 오전 자신이 속한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으로 망자에 대한 추모글을 보냈다.

동 시인은 추모글을 통해 참담함과 자괴감을 토로했다. 그는 “오랜 날들 살을 부대꼈고 마음을 부대꼈다. 이제 어디 가서 그와 다시 부대끼랴. 천상으로 훨훨 날아간 고 선생과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여기 비망록 같은 글을 적는다”고 말했다.

시인은 고 교수의 성격을 ‘외유내강’으로 회상했다. 그는 “(고교시절)고 선생의 대학시험 성적이 꽤 잘나왔다. 국문과 보다는 높게 쳐주는 국어교육학과에 진학하면 교사들도 좋은 평가를 받는 시절이었다”며 “그러나 고 선생은 앞으로 교수가 되겠다며 고집을 굳히지 않고 그 권유를 고사했다. 고 선생의 고집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문단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그 고집의 일단을 대학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 선생은 외유내강이었다. 남에겐 온순했으나 자신에겐 엄격했다. 투신도 지나친 내강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고 선생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나는 고 선생과 함께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그렇게 좋아하던 아내와 이 세상 가장 고운 두 딸을 두고 무엇이 그리 급해 이리 황망하게 떠나노?”라고 울분을 토했다.

시인은 고 교수의 투신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산대 국문과 모 교수란 분이 투신했다는 기사가 뜨는데 혹시 고현철 선생이 아니냐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했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 선생만큼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수화기 너머로)나이가 비슷하고 성이 고씨인 선생이 국문과에 또 있느냐는 질문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했다. 또 “몇 달 전 내게 전화해 신경성 대장염이 좀 나으면 술 한잔 하자는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는 너를 보낼 수가 없구나. 이대로 보낼 수가 없구나. 현철아! 고 선생아!”라며 애끊는 심경을 전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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