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곳 신용보증기관에 대출보증 요구
부도 땐 개인투자자 11조원 피해
중국의 그림자은행들이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그림자 금융권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개인투자자 파산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그림자은행 11곳이 허베이(河北)성의 자오커즈(趙克志) 당서기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보증을 중단한 신용보증기관이 계속 대출보증에 나서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림자은행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신탁회사 등의 금융회사들이다.
그림자은행들의 다급한 요청은 국영 신용보증사인 ‘허베이금융투자보증그룹’의 파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나왔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에 따르면 허베이보증은 50개 금융기관에 500억위안(약 9조1,700억원) 대출을 보증해주고 있는데, 이들 기관의 대출을 받은 부동산개발업자나 기업이 중국 경기 둔화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허베이보증의 보증을 받은 다수 그림자은행이 대출을 담보로 고금리자산관리상품(WMP)을 만들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량 판매해 왔는데,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서한을 보낸 11개 그림자은행은 최근까지 WMP 24개를 판매했으며 그 규모는 55억위안(약 1조원)에 달한다. 대출을 받은 기업이 상환을 하지 못해 부도가 나면 WMP는 무용지물이 되고, 상품을 산 투자자가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11개 그림자은행도 서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사회 불안을 걱정하는 정부를 자극했다. 이들은 “이러한 신탁 상품의 연속적인 디폴트는 금융기관과 거대 자본, 큰 범위의 공공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수천명의 투자자들을 대신해 도움을 청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채권이나 고위험상품이 기술적 디폴트에 처할 경우 구제금융을 지급해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덕분에 손실이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고 무분별한 대출 남용이 이어져 왔다. FT는 중국 정부가 단기적 금융안정을 꾀하느냐 아니면 디폴트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대출 관행을 개선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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