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베이징은 벌써부터 '열병식 모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베이징은 벌써부터 '열병식 모드'

입력
2015.08.19 16:07
0 0

차량 2부제·공장 12000곳 가동중단

'열병식 블루' 푸른 하늘 연출 올인

당일 창안대로 주변 창문 개방 금지

"톈진 사고 와중에…" 시민들 불만

중국 베이징시 둥청(東城)구에서 19일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기념 장식물이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식물은 화분 200만개와 대형 꽃 조형물 21개로 이뤄져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시 둥청(東城)구에서 19일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기념 장식물이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식물은 화분 200만개와 대형 꽃 조형물 21개로 이뤄져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20일부터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차량 홀짝제가 강제 시행되고 대기 오염 등을 일으키는 주변 공장 1만2,000여 곳도 사실상 멈춰 선다. 9월3일 열릴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은 벌써 ‘열병식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열병식 당일에는 행사가 진행되는 창안제(長安街·창안대로) 주변 건물들의 창문을 여는 것도 금지된다. 이런 과도한 규제 때문에 베이징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19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20일 0시부터 내달 3일 밤12시까지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차량 번호 끝자리수가 홀수인 차량은 홀수인 날만, 짝수인 차량은 짝수인 날만 운행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00위안(약 1만8,500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화물차는 매일 아침 6시부터 밤12시까지 제6순환도로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 외지 차량도 베이징시로 들어오는 게 엄격하게 제한된다. 당국은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진 베이징뿐 아니라 주변 성(省)과 자치구에서 석탄을 쓰는 공장과 기업 1만2,255곳이 감산에 들어가거나 아예 가동을 멈춘다. 여기에는 베이징과 접한 톈진시와 허베이(河北)성은 물론 산시(山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도 포함됐다. 허난성의 중심부는 베이징에서 700㎞나 떨어져 있다. 공장 이외에도 9,000곳에 달하는 건설 공사장도 임시 폐쇄된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모두 ‘열병식 블루’를 위해서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잿빛 독성 스모그로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의지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도 차량 2부제 실시와 공장 가동 중단 등을 통해 푸른 하늘을 연출, ‘APEC 블루’란 말이 회자된 바 있다.

열병식이 열리는 톈안먼(天安門)광장은 새 단장이 마무리 단계다. 만리장성을 본뜬 대규모 녹색 구조물이 최근 등장한 데 이어 19일에는 열병식 참석 귀빈들이 앉을 관람석도 공개됐다.

그러나 국가적 행사 준비에 시민들 불편은 커져가고 있다. 승용차로 출퇴근을 해 왔던 시민들은 인터넷과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 출발지와 행선지를 맞춰가며 카풀 등을 알아보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사업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며 울상이다.

곳곳의 경비 초소와 안전 검색대의 검문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 16일 베이징시 퉁저우(通州)구 군용 공항에선 열병식을 연습하던 군용 헬기가 추락,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9일 전했다.

스모그와 함께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테러 가능성이다. 중국은 열병식 당일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 등도 임시 폐쇄한다. 행사장 인근 아파트는 창문도 맘대로 열 수 없게 된다. 베이징 창안제 인접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이날 입주민들에게 “9월 2일 오후 5시부터 9월 3일 정오까지 친구 등 손님을 초대할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 이어 “9월 3일 오전 0시부터 낮 12시 창안제 쪽 창문을 열거나 베란다 밖으로 나와서 있어서도 안 된다, 사진을 촬영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창문 개방 금지는 베이징시 중심부에 있는 창안제 주변 전체 건물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톈진(天津)항 폭발 사고도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빙허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톈진 폭발 사고로 인한 유가족 눈물과 일반의 분노가 가득한 이 때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중국의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개혁의 정체와 법치의 퇴보 등 내부에서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