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된 혼혈견 가락이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워낙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도 많아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문제는 할아버지가 집을 비우는 동안이었다. 사람이 없을 때 볼펜 뚜껑, 구두 등을 닥치는 대로 씹어 놓았고 이불이나 천도 먹어 치우기 일쑤여서 건강마저 염려되는 수준이 됐다. 거기에 점프까지 해가며 벽지까지 뜯어 놓으니 할아버지의 걱정은 커져갔다.
사실 가락이가 문제견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워낙 활동성이 좋고 뛰어 놀아야 할 시기인데 운동량이 적은데다 집에 혼자 있는 동안 지루함이 커진 게 원인이 됐던 것이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먼저 가급적이면 운동을 시켜 피곤하게 하고, 혼자 있을 때 기능성 장난감을 주어 지루함을 덜 수 있도록 조언했다. 완전히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말썽부리는 수준은 예전보다 덜 해졌다.
반려견은 나이에 따라 필요한 운동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신체적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야 한다. 반려견을 혼자 두어야 한다면 외출 전 반려견과 함께 30분 정도 산책을 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반려견이 산책을 하게 되면 에너지 소모 이외에도 다른 동물의 냄새를 맡는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산책 이후 반려견은 깊은 잠에 빠질 수가 있다.
반려견이 혼자 있을 때 골똘히 집중할 수 있는 장난감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간식이 얻어지는 성취감을 얻도록 해주는 장난감도 추천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성 장난감이 판매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장난감으로는 구멍이 있는 둥근 공모양의 장난감이 있다. 구멍 안에 보호자가 간식을 넣고 반려견에게 주면 반려견은 간식이 나올 때까지 공을 갖고 놀게 된다. 이때 간식은 시중에 파는 것이어도 좋고 당근이나 오이 조각, 반려견 전용 습식 사료이어도 괜찮다. 무엇보다 반려견이 먹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반려견이 매우 좋아하는 간식이어야 한다.
더운 여름철에는 장난감 공안에 닭가슴살이나 황태로 우려낸 육수를 채워 냉동실에 넣어 얼렸다가 줘도 좋다. 반려견은 공을 핥으면서 천천히 녹아 나오는 육수를 맛보며 시간 가는 줄 몰라 할 것이다. 이외에 치석제거용 기능성 장난감이나 호리병처럼 생긴 장난감 등도 있다. 반려견에 따라 선호하는 장난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려견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찾아내야 한다. 장난감도 하나만 계속 갖고 놀다 보면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장난감의 종류를 교체해주는 게 좋다.
반면 솜으로 채워진 인형이나, 찢어지거나 조각이 나는 장난감은 반려견이 혼자 있을 때 제공하는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 반려견이 인형이나 장난감을 갖고 과격하게 놀다가 장난감 조각이나 솜이 호흡기나 식도에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주로 머무는 장소를 파악해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도 사방이 막혀 있는 집보다 밖의 풍경이 잘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려견도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 동물 등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창문이나 베란다에 반려견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다만 짖기를 좋아하는 반려견일 경우에는 짖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혜원 수의학박사·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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