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확실시 호주 잠수함 사업
6개월 만에 독일에 주도권 뺏겨
지난해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무기수출 3원칙’ 해제로 세계 시장에서 곧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여겨졌던 일본 군수업체들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일본 수주가 확실시됐던 호주 해군 잠수함 사업이 대표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20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호주 해군 잠수함 수주전의 주도권이 불과 6개월 만에 일본에서 독일 업체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초 호주 정부가 최신 디젤 잠수함 사업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미쯔비시(三菱)중공업과 가와사키(川崎) 중공업 컨소시엄의 ‘소류’급 잠수함이 유력했으나, 일본 정부 간섭으로 두 회사가 현지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3월 호주 정부의 잠수함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호주 의회의 관련 청문회 참석 요청도 거절한 것.
반면 경쟁업체인 독일의 티센크룹(216급 잠수함), 프랑스의 DCNS그룹(바라쿠다급 잠수함)은 호주 현지에 사무실을 열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부 관계자와 무기 전문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일 티센크룹은 사업을 수주하면 호주에서 직접 잠수함을 건조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호주를 아시아 잠수함 사업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개월 전에는 일본 업체가 가장 유망했으나, 이제 호주의 많은 유력 정치인들은 독일 회사에게 사업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이런 상황 반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의 간섭 때문에 유럽 회사처럼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고다 요지(香田洋二) 전 일본 해상자위대 사령관도 “경쟁자들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고 있는데, 일본 업체들은 평범한 일반 상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며 “바로 이 점이 일본 무기 산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무기 수출 마케팅에서 지난 40년간 국제 무기시장 밖에 머물렀던 일본 업체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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