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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DJ 유훈 잇기? 문재인, 현대아산 간 까닭

입력
2015.08.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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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을 방문, 조건식 사장 등 현대아산 임직원들과 "열려라 금강산!"을 외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을 방문, 조건식 사장 등 현대아산 임직원들과 "열려라 금강산!"을 외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19일 오후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아산에는 ‘낯설지만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입니다. 문 대표는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의 안내로 현대빌딩 7,8층의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자리를 옮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원하는 현대아산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조 사장으로부터 애로 사항을 들었습니다.

현대아산은 2008년 7월 북한군이 쏜 총에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회사 운영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북 사업을 위주로 해 온 탓에 남북관계의 작은 변화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늘 정부의 대북 정책의 흐름이나 북측의 대외 정책에 노심초사하고 변변한 사업 계획을 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지가 몇 년째입니다.

그런 현대아산으로서는 사실 문 대표의 방문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장사 잘 되는 식당을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라기보다는 장사가 잘 안 되는 집에 왜 장사가 안되는지 살피러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야당 대표를 손님으로 받는 것에 대해 정부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현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은 딱히 없지만 그래도 대북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어제 오후에 갑자기 문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제1 야당 대표라도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현정은 그룹 회장은 일정 상 문 대표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대신 조건식 사장의 일정을 감안해 문 대표가 이날 오후에 찾아 오는 것으로 일정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문 대표 입장에서도 야당 대표로서 특정 대기업의 계열사를 찾아가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전에 공개되지 않도록 애를 썼다고 합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미리 상의를 하고 알려지게 되면 아무래도 회사 측에서도 더 곤란해 질 것 같고 해서 (현대아산 측에) 촉박하게 연락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문 대표 이전에 현대아산을 찾은 정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6년 1차 북핵 실험 직후 불안감 때문에 금강산을 가겠다는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이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 현대아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물론 김 전 의장의 방문과 문 대표의 방문은 상황이나 목적이 다릅니다. 2006년 당시에는 정부, 여당에서는 어떻게 하든 금강산 관광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애쓰던 때이고 그런 해답을 찾기 위해 김 의장이 찾은 것이고, 이번 문 대표의 방문은 정부, 여당이 북한의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다는 이유로 관광 재개를 위해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해답의 실마리라도 찾아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8·15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살 길은 경제통일"이라며 '경제통일'을 차기 집권비전으로 선언,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을 양 날개로 하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밝히고 있는 모습.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8·15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살 길은 경제통일"이라며 '경제통일'을 차기 집권비전으로 선언,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을 양 날개로 하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밝히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표는 현대아산을 찾아 “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해야 남북통일이 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는 사이에 이런 것들이 다 중국으로 갔다. 금강산 관광도 중국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금강산, 개성 관광에 매년 11만명이 다녀왔는데 결과적으로 남북경협 기업들에 더 많은 피해를 줬다”며 “특히 아산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달라”고 당부했는데요.

이번 방문은 문 대표가 엊그제 광복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당시 문 대표는 집권하면 즉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현대아산 방문은 그 연장 선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 대표는 이 뿐만 아니라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추진기구(가칭)’를 발족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당내에서는 신 경제지도에서 언급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나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계획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당내 인사는 “대북 관계를 비롯해 동북아 주변 정세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라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드러내는 동시에 특히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경제통일’이라는 접근으로 이를 풀어보겠다는 건설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특히 문 대표는 자신의 대북 정책의 기조를 ‘굳건한 안보와 대화의 공존’으로 잡고 있는데, 이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뿌리가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목침지뢰 사고로 부상한 부사관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고, 사상 처음 대북 규탄 성명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안보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힙니다.

그것이 문 대표 개인의 다음 대선 집권 플랜을 위한 액션이든 아니면 금강산 관광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현대아산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속 조치를 꾸준히 펼쳐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야 어렵사리 손님을 맞겠다는 현대아산의 결심이 괜한 짓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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