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일본기업 논란 속에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국에서 급성장한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에도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패션업계와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일본 의류회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은 2004년 12월 51:49로 출자해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FRL KOREA)를 설립했다.
한국 유니클로는 이듬해인 2005년 9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과 롯데백화점 인천점, 롯데마트 잠실점 등 롯데의 유통망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 첫해인 2005회계연도(2005년 9월∼2006년 8월) 매출액은 205억원에 불과했지만 2013회계연도(2013년 9월∼2014년 8월) 매출액은 8,954억원으로 급증했다.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게 된 셈이다.
한국시장 매출은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한다.
점포도 이달 중순까지 전국에 150여개로 늘었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성장률 정체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유니클로의 성장세는 이례적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망고·H&M 등 세계적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을 보면, 유니클로가 반일 감정 속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고속 성장하는 이유가 같은 일본계 자본이자 한국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한 롯데와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사실상 입지 선정과 마케팅을 롯데와 함께 하며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합작법인 설립 초기 6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2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17억원을 투자했고, 2011년부터 4년간 약 351억원을 배당받아 투자 원금을 챙겼다.
하지만 패스트리테일링이 비슷한 액수의 배당금을 챙긴데다 유니클로가 패스트리테일링과 일본 유니클로에 지불한 로열티가 2005년부터 각각 340억원(로열티+지급수수료)과 4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많은 액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입점수수료 또한 10% 대로 대부분의 백화점 의류매장(30% 안팎)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주머니로 돌아오는 것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롯데쇼핑이 유니클로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에 모회사를 둔 롯데가 현지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유니클로의 한국 의류시장 점령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니클로와 합작회사를 만든 것은 최근 아버지와 형을 제치고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권을 거머쥔 신동빈 회장(일본명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사정에 밝은 신동빈 회장이 당시(2000년대 초중반) 롯데 패션사업본부를 통해 유니클로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패션쪽에 큰 관심이 없던 롯데가 사업을 추진한 것은 결국 신 회장의 입김 때문이 아니었겠냐"고 반문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경영권 분쟁 와중에 일본으로 건너가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유니클로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영권 분쟁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팽배해진만큼 유니클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우익 논란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다 중국과 한국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양국에서 반일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매우 애쓰고 있다"며 "일본 기업 이미지가 짙어진 롯데와의 긴밀한 관계가 더 이상 득이 아니라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인턴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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