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용대)는 18일 영화 ‘암살’이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며 소설가 최종림(64)씨가 제작사 케이퍼필름을 상대로 낸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성 저격수와 같은 인물 유형이나 임시정부에서 암살단을 조선으로 파견한다는 등의 추상적 줄거리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2003년 쓴 소설 ‘코리안메모리즈’에서 여성 저격수인 독립운동가가 주인공인데 이 영화의 여성 저격수(안옥윤)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화의 여주인공은 저격수로 암살작전을 주도하지만 소설 여주인공은 일회적으로 저격임무를 맡았을 뿐 전문 저격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영화의 암살 행위는 등장인물들이 달성 또는 저지해야 할 최종 목표로 극의 중심이지만, 소설에선 암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이를 적극 방해하는 인물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소설에서 조선 파견 대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장면과 영화에서 죽은 단원을 추모하는 장면 ▦일본 총독과 친일파의 밀담 장소를 독립군이 습격하는 장면이 유사하고 ▦영화와 소설 모두 종로경찰서가 등장한 점 등을 근거로 표절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런 장면들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묘사하기 위한 전형적이고 필수적인 표현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봤다. 최씨는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암살’의 최동훈 감독과 제작사, 배급사 쇼박스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