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건조 오징어 홈쇼핑 등에서 판매
어민들 "연근해 어민 다 죽는데 수협이 어떻게…" 반발
국내산 수산물 판매와 어업인 권익 증진에 힘써야 할 수협중앙회가 원양산 오징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논란이다.
동해에서 오징어를 잡는 어민 김모(50)씨는 얼마 전 집에서 TV채널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수협중앙회 상표가 부착된 원양산 반건조 오징어가 TV홈쇼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오징어의 난, 전년비 25%↑’, ‘고등어, 오징어 어획이 급감해 漁家(어가)는 한숨만 짓고 있다’는 등 일반 어민들의 고충과 구매를 호소하는 문구도 등장했다.
당연히 연근해에서 생산한 오징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홈쇼핑에 등장한 제품은 원양트롤 어선 등이 뉴질랜드나 포클랜드 수역에서 잡은 것들이었다. 원양산 오징어는 대량 어획하기 때문에 국내산보다 값이 30% 이상 저렴하다. 더구나 국내산은 중국 대형 어선의 불법 조업 등으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원양산과 가격차가 더 벌어진 실정이다. 수협중앙회가 팔고 있는 원양산 반건조오징어 역시 국내산 동일 제품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수협중앙회는 자체 인터넷 쇼핑몰(www.shshopping.co.kr)은 물론이고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에 대대적인 할인까지 실시하며 팔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가 국내산으로 착각할 수 있는 홍보 문구를 사용해 비난이 더욱 거세다. 수협은 인터넷 등에 ‘수협중앙회가 직접 수매해 냉풍건조로 말렸다’고 광고하거나 TV홈쇼핑에는 어민들의 근해 조업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김씨는 “가뜩이나 우리 어민들이 잡은 국내산은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올라 안 팔려 속상한데 우리 바다에서 나는 우리 수산물 판매에 힘써야 할 수협중앙회가 원양산에 열을 올리다니 정말 황당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고 비난했다.
이에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원양산 오징어는 정부서도 수매해 비축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산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반건조 오징어 특성상 국내산 물량으로는 수급을 감당할 수 없는 데다 수협이 국내산을 전혀 팔지 않는 것도 아니므로 어민들의 비난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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