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정크푸드 걱정에 사표 쓰고 건강한 식재료 찾아 전국 누벼
"맛과 영양 절정인 시기의 재료 써야"
“음식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눈요기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들녘 발행)을 펴낸 송영섭(56)씨는 “요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재료”라며 이렇게 말했다. 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우리 땅과 바다에서 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책에 담았다.
온라인 교육 업체의 전무이사였던 그가 6년 전 퇴직을 하면서까지 음식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인 늦둥이 아들 때문이었다. 올챙이처럼 불룩해진 배에 넙데데해진 이목구비 등 외모가 변했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몹시 산만해졌고 급우들과 자주 충돌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18일 만난 송씨는 “당시 50대 초반이면 한창 일할 나이였기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도 많았지만 아들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정크푸드가 아들의 심신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직접 텃밭을 일구고 강원도 깊은 산골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누볐다.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은 그렇게 수년간 쌓은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송씨는 “건강한 음식이 뭘까 관심을 갖다 보니 어떤 식재료가 건강한 걸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재료가 중심인 책이다 보니 요리법에 대한 설명은 매우 짧다. 대신 제철인 식재료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제철에 먹는 게 왜 좋은지를 자세히 다뤘다. 그는 “제철음식이란 맛과 영양이 절정인 시기의 음식”이라고 정의하며 “이 책으로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송씨는 원래 음식 전문가가 아니었다. 직장에 다닐 때도 새벽에 일어나 아내 대신 아침식사를 준비했을 정도로 요리를 자주 했지만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그 역시 겉보기에 신선한 음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반질반질한 식재료에는 꼼수가 있게 마련입니다. 초보자는 몇 가지 특징으로 알아낼 수가 없어요. 저도 초기엔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진짜 좋은 식재료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농사깨나 짓는다는 분들을 찾아 다니면서 하나씩 배우면서 알아 갔습니다. 어촌어항협회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바다해설사 양성과정도 수료했죠.”
가정을 팽개치고 다닐 수 없어 여행은 주말을 이용해 다녀왔다. 초반엔 별다른 수입도 없어 퇴직금으로 여비를 충당해야 했다. 그는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없었다면 비용 문제 때문이라도 그만뒀을 것”이라며 “관련 지식이 쌓인 뒤로는 여러 매체에 글을 쓰며 비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음식 초보자가 좋은 식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송영섭씨는 “초보자가 순식간에 안목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믿을 만한 판매자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주위에 식재료를 잘 아는 판매자와 친해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땅 제철 식재료로 사랑을 담아 만든 집밥은 결국 치유의 힘을 발휘했다. “아이가 반듯하게 커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 그는 “내 전공이라고 한번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분야에 대해 책을 낼 수 있는 건 덤”이라며 웃었다.
송영섭씨는 식재료에 관한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제철이 따로 없는 음식인 곡류나 육류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며 “이 밖에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식재료에 대한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정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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