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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출항… 헤쳐갈 항로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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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출항… 헤쳐갈 항로 만만찮다

입력
2015.08.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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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 한국 계열사 지분 신 회장과 큰 차이 없어 역습 여지

지주사 전환, 금융계열사 처리… 재원 7조원 필요해 어러움 예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사실상 제압하면서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한ㆍ일 롯데그룹의 ‘신동빈 원톱’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신 전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권 재탈환 의지를 밝히며 역습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데다,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제시했던 지주사 전환에 따른 금융계열사 처리 대책도 아직 모호하다.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 경영권 다툼으로 확산된 반(反) 롯데 정서 수습책도 시급하다.

역습 노리는 신동주 전 부회장 ‘부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에게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신 전 부회장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18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나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신 총괄회장은 전날 주총에서 회사(신 회장)측이 제안한 2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특히 “(경영권 교체 등을 위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호 세력을 확보해, 신 회장 등을 포함한 현 롯데홀딩스 경영진에 대한 교체 시도를 계속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롯데의 경영권에 대한 의지 역시 강하게 드러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사업 현장을 오래 지켜봐 온 제가 키를 잡는 게 바람직한 결과를 낸다”며 “아버지가 저에게 한국과 일본 양쪽 사업을 총괄하라고 하신 말씀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측에선 “신 전 부회장과의 게임은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지만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도 적지 않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끝난 지 하루만인 1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주총 경과와 관련, 신 총괄회장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시, 금융계열사 처리 해법 찾아야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당면 과제다. 이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3개 금융계열사의 처리는 부담이다. 신 회장조차 “지주회사 전환에는 금융계열사 처리 등의 어려움이 있고, 롯데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약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산업자본인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으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2년 안에 관련 금융회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지목되는 곳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캐피탈 지분 26.6%와 롯데손해보험 지분 26.58%를 갖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하고 있다.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되는 금융계열사 매각은 금융과 유통을 더한 시너지 효과에 주력해 온 신 회장의 기존 경영 전략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 역시 답보 상태여서 당장 기대하긴 어렵다.

확산 중인 반(反) 롯데 정서 수습책도 내놔야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형성된 ‘반(反) 롯데’ 정서 수습도 신 회장이 다급하게 풀어야 할 현안이다. ‘롯데=일본기업’이란 이미지는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신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나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일본어 대화, 일본식 억양이 가미된 신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기자 회견 등을 통해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급속히 퍼졌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장악 여부가 결국 전체 한국롯데의 경영권까지 연결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란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17일 주총의 장소와 시간조차 전날까지 한국롯데 측에선 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좌지우지 한다는 비난까지 제기됐다.

시민단체 등의 반응도 싸늘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 연고지인 부산에선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나쁜 롯데 개혁 시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반 롯데 정서 확산에 앞장섰고, 금융소비자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이미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반 롯데 정서에 대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매출에서도 좋지 않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배구조개선안을 포함해 현재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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