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지난해 6월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였던 전주 KCC 가드 김민구(24)가 코트로 돌아왔다.
김민구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경희대와의 2회전에 출전했다. 4쿼터 6분51초께 교체 투입으로 코트를 밟기 전 그는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한 뒤 공을 잡았다. 그가 공식 경기에 출전한 것은 2014년 3월9일 울산 모비스전 이후 527일 만이다.
김민구는 지난해 6월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음주운전 사고로 머리와 고관절, 발목 부위를 크게 다쳐 선수 생명이 위태롭다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왔다. 그는 의식을 찾은 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KCC는 구단 차원에서 선수 생명을 떠나 인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다친 부위의 죽은 신경을 살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기 치료, 전기 치료를 받게 했고 신경 교정 수술도 도왔다.
재활에 매진한 김민구는 두 달 반 전부터 선수단 훈련에 합류했다. 탈골로 인한 부상은 다 나았지만 신경은 아직 20% 정도만 회복된 상태다. 신경 손상으로 오른 발목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어 보조기를 착용해야만 코트를 누빌 수 있을 정도다.
지난 1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대회 1회전에 결장한 김민구는 이날 모교 경희대를 상대로 출전을 준비했다. 추승균 KCC 감독은 경기 전 "격렬한 프로 팀과의 경기는 내보낼 수 없고 대학 팀을 상대할 때 실전 감각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준비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민구는 이날 4쿼터 중반 팀이 63-52로 크게 앞설 때 들어갔다. 우려했던 대로 김민구는 예전처럼 과감한 돌파와 상대 선수와 부딪치는 플레이를 피했다. 외곽에서 슛을 던지거나 동료에게 패스를 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특유의 감각과 경기를 보는 시야는 여전했다. 경기 종료 4분25초 전 골 밑의 김태홍에게 패스를 연결해 첫 어시스트를 올렸고, 3분58초를 남기고는 장거리 3점포를 꽂았다.
KCC는 경희대를 76-62로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김민구는 이날 6분51초를 뛰며 3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먼저 사과 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인 뒤 "1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코트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고 벅차 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변명은 하지 않겠다. 어떤 벌이라도 받겠다. 반성은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후회도 많이 했다"고 사죄의 뜻을 거듭 나타냈다.
김민구는 또한 "한 분이라도 응원해주는 팬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면서 "다치고 난 뒤 정말 막막했다. 솔직히 지금도 많이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고 말을 할 수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러고 거듭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한국농구연맹(KBL)과 대한농구협회(KBA)는 김민구가 코트로 돌아옴에 따라 징계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두 단체는 앞서 김민구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회복하는 것을 기다려주면서 징계 논의를 미뤄왔다. KCC 구단은 이날 김민구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해 "농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더욱이 국가대표인 구단 소속 선수가 음주운전을 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뒤 "선수가 지난 1년간 보낸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과 반성의 시간은 그 어떤 징계보다 무거운 징계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사진=KCC 김민구(오른쪽).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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