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터뷰·과거사 상세 분석
"재벌… 부패에서 자유롭진 못해"
“그는 다국적 재벌 기업의 ‘억만장자(billionaire)’수장이자 한국의 전 대통령 후보였다. 이제 그는 타락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차기 FIFA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다음날인 18일 미국의 CNN이 ‘정몽준: 부패한 FIFA를 구하려는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기사(▶ 원문기사 보기)를 통해 정 명예회장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CNN은 정 명예회장을 현대 그룹을 창설한 고 정주영 회장의 여섯째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1999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사실상 FIFA의 주요 스폰서로 자리매김했음을 강조했다. 또 2001년 정주영 회장이 사망한 이후 정 명예회장이 한국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재벌’기업의 지배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이 대선 주자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담았다. CNN은 또 청렴한 이미지와 반부패를 내세운 정 명예회장 역시 뇌물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면서 2007년 정 명예회장의 형,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CNN과 인터뷰를 갖고 공식 출마 선언 당시 강조했던 FIFA 개혁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 현 FIFA 회장이 바로 사임하고, 긴급총회나 긴급 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당분간 업무를 돌볼 임시회장을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 명예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축구는 당연히 유럽, FIFA회장은 당연히 유럽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내년 2월 FIFA 회장 선거까지 약 6개월 남았다”면서 “FIFA 209개 회원국을 가능한 한 많이 방문하고자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부패한 FIFA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정 명예회장에 대해 블래터가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블래터는 “정 명예회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FIFA를 부패한 조직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정 명예회장 본인도 잊지 않고 있겠지만 그 자신도 17년간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을 지냈다”고 말했다. 블래터가 정 명예회장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FIFA 부회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은 향후 FIFA 개혁 문제를 놓고 자신에 대한 비판이 강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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