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인 부산대 교수가 총장 직선제 유지를 요구하며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그 동안 재정지원 등을 무기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바꾸도록 압박한 것이 결국은 국립대 교수의 죽음을 부른 셈이 됐다. 대학의 자율로 맡겨야 할 총장 선출 방식을 교육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국 국립대 39곳은 총장을 선출할 때 교수들의 선거가 아니라 총장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친 간선제를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0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을 걸고 반강제적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밀어붙인 결과다. 부산대도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학칙을 개정했지만 교수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유일하게 직선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직선제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현 총장이 최근 간선제로 방침을 바꾸자 교수회가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해온 게 저간의 상황이다.
학원자율화와 민주화의 성과로 1988년 전남대에서 시작된 총장 직선제가 그 동안 적잖은 부작용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학내 파벌 조성과 논공행상식 보직 인사, 금품 수수 등의 폐해가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 역시 대학의 자율성에 맡겼어야 하는데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폐지를 추진했다.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립대에 대해서는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끊겠다는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교수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처사였다.
교육부의 압력으로 국립대들이 총장 간선제로 전환했지만 현 정부 들어 국립대 길들이기는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경북대와 공주대, 방송통신대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를 정해 임용제청을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거부했다. 그러면서 1년 넘게 총장 자리가 비어있는 파행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반발해 대학 측이 소송을 제기해 1ㆍ2심 재판부 대부분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교육부는 막무가내다. 2년 가까이 비슷한 일로 갈등을 겪다 올해 초 전문성과 무관한 ‘친박’정치인이 총장으로 전격 임명됐던 한국체육대의 경우를 보면 이 정부가 원하는 게 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정부가 지성의 결집체인 대학에서의 총장 선출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헌법에 담긴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이념에 역행할 뿐 아니라 총장 선정 방식을 추천위원회 또는 해당 대학 교수들이 합의한 방식 가운데 선택하도록 한 교육공무원법에도 어긋나는 행태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학의 총장 선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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