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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가와 디자이너, 지도의 고정관념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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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가와 디자이너, 지도의 고정관념 깨다

입력
2015.08.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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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제작자' 展 26일까지

중앙의 푸른 원이 묘사하는 미국의 전략정보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군사, 왼쪽에는 경제 권력 지도가 그려진다. 프랑스의 2인조 디자이너 그룹 부로 데튜드(Bureau d'Etudes)가 선보인 작품 ‘세계정부’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단극세계체제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한 시도다. 미국과 유럽의 전략동맹에 미 군산복합체와 IT기업들이 전쟁기술을 제공하고, 자유무역정책은 미국의 석유?식량?의약업체의 이해를 반영한다. 미국 체제에 도전하는 요소로 꼽히는 것은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 이란ㆍ시리아ㆍ북한 등 적성국가로 분류된 나라들, 카피레프트 운동의 일환인 자유소프트웨어 운영체제(GNU), 공정무역, 그린피스 등이다.

서울 재동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신지도제작자’는 미술작가와 디자이너들이 지도를 통해 각자 인식한 세계를 드러내는 전시다. 디자이너들은 인포그래픽이나 슬라이드 쇼로 최적화된 정보로 세상의 단면을 부각시키고, 미술작가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지도를 흉내낸 회화 혹은 설치작품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디자이너 그룹 옵티컬레이스는 ‘가족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1979~1992년생 한국인 남녀가 소득별로 어떤 사람과 맞선을 보는지를 지도로 만들었다. 정진열 디자이너는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와 함께 한국전쟁 이후 근대 서울의 도시 변화과정을 슬라이드 쇼로 전시했다.

프랑스 작가 줄리앙 코와네가 2011년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서 작업한 ‘계속 이어지는 도시들’은 서울 지도를 잘게 조각내 산ㆍ강ㆍ숲 등 건물이 없는 공백지를 제외하고 도심 부분만 붙여 재조립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울은 강남구, 도봉구, 성동구, 양천구가 나란히 붙어 역사적인 맥락이 사라진 거대 도시가 돼 버렸다. 코와네는 “런던, 파리, 베이징 등으로도 동일한 작업을 했는데 서울은 특히 도시 모양이 무질서하고 짜맞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코와네의 다른 작품 ‘군도’는 가로 세로 5m짜리 흑판 위에 한반도 일대의 다양한 섬 지도를 그려놓았다. 세심하게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가 있는가 하면 각 지역의 기능을 모식도로 그려놓은 지도도 있다. 지역이 갖는 의미에 따라 지도 모양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한국 화가 유창창은 지도 위에 있는 글자를 지우고 배설물을 끼얹은 작품으로 파괴적 욕망을 드러냈고, 프랑스 화가 카롤린 코바손은 지도 위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칠해 세계는 곧 무한한 우주와도 같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전시 26일까지. (02)735-9277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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