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天津) 폭발 사고 현장의 위험 화학물이 무려 3,000톤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웨광(牛躍光) 중국 공안부 소방국 부국장은 17일 관영 CC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사고 현장에는 질산암모늄 800톤, 질산염 500톤,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 700톤 등 위험 화학물이 총 3,000톤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독극물인 시안화나트륨 700톤의 존재는 사고 초기부터 알려졌지만 위험 화학물의 양이 총 3,000톤이나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중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한다. 경유와 혼합하면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 폭탄을 제조할 수도 있다. 168명이 숨진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파 테러 사건에는 2.5톤의 질산암모늄이 사용됐다.
더구나 20일까지 톈진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시안화나트륨이 물을 만나면 유독 가스인 시안화수소(청산)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시안화수소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대인 학살에 사용한 독가스다. 톈진시 당국은 사고지점 반경 100m이내의 중심부를 담으로 둘러 비가 오더라도 시안화나트륨이 새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군 화생방 부대를 투입, 중심 지역 컨테이너 안에 남아있는 시안화나트륨 등 위험 화학물을 중화 처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발 사고 후 7일째를 맞은 18일 소방관 등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도 열렸다. CCTV와 각 지방 방송국은 20일까지 오락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과 유가족 시위도 이어졌다. 이번 사고로 18일 현재 114명이 사망하고 5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698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57명이 중상이다. 사고가 처음 일어난 루이하이(瑞海)국제물류공사의 대표 등 관계자 10명도 체포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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