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지보다 가격 20~30% 저렴
연면적 30% 상가·오피스텔 건립
물량 적고 경쟁 입찰 방식 분양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판교 엠타워(사진). 이 건물이 주차장 용지에 자리잡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층에는 커피전문점, 편의점, 음식점 등 상가가 입점해 있고, 6층부터 8층까지 오피스텔 102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본래 목적인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층은 2층부터 5층까지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는 “판교역과 가까운데다,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 특성을 감안해 1인 가구 형태로 지어져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가보다 저렴한 주차장 부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땅 용도는 주차장이지만 상가와 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고, 가격도 상가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희애씨도 서울 청담동 소재 주차장을 매입, 월 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저비용ㆍ고효율 매물이라 최근 주목 받는 투자처로 꼽힌다.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도시ㆍ혁신도시 주차장 용지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H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 위례신도시와 세종시, 대구 등 9개 혁신도시에 분양한 주차장 용지 127필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 모두 주인을 찾아갔다. 지난달 9일 진행한 원주혁신도시 주차장용지 2필지의 경우 평균 20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예정가격(21억2,132만원) 보다 2배 이상 비싼 44억2,211만원에 낙찰됐다. 혁신도시 전체 토지분양률이 75%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주차장용지를 주차장만 지어야 하는 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연면적의 30%까지 상가(근린생활시설)나 오피스텔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전국 대형마트 상당수가 주차장 용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대규모 주차공간 확보가 필수인 대형마트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분양 예정가격이 1억원대부터 수십억원대까지 땅 크기에 따라 다양해 일반 투자자도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차장이라는 특성상 중심상업지구와 가까워 입지가 매우 좋은 편이다. 주차비용뿐만 아니라 임대료 수익까지 올릴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도 가격은 일반 상업용지보다 20% 이상 낮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다. LH 관계자는 “주차장 용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1~2층 상가를 잘 활용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일반인들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차장용지는 분양 물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하반기에 예정된 물량도 대개 한 공공택지에 1~2개 필지 정도다. 다음달 분양예정인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경우 88고속도로, 경부고속도 등의 진입이 용이하고 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 개통으로 10분이면 대구 도심까지 접근이 가능해 입지가 좋은 편이지만, 이번 분양대상은 1필지에 면적도 484㎡밖에 안 된다. 고양삼송지구도 마찬가지다. 수용인구가 5만9,000여명이고 인근에 약 33만㎡ 규모의 방송미디어 복합단지인 삼송브로멕스 조성을 앞두고 있어 그 만큼 수익성도 있을 거라 예상되지만 10월에 1필지(1만1,357㎡)만 분양한다. 그나마 물량이 많은 곳은 아산탕정과 포항블루밸리로, 각각 6필지와 8필지를 내놓는다.
주차장 용지는 보통 경쟁입찰 방식으로 분양한다. 예정가격 이상의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되는 식이다. 문제는 허용 층수와 용적률, 입지에 따라 예정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묻지마 낙찰은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다. 모집공고를 잘 살펴보고, 발품을 팔아 얼마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용지인지 분석을 해야 한다. 적어도 건물 연면적의 70%를 주차장으로 써야 하므로 입지여건과 주변 상권을 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상권이 활성화하기 힘든 곳이라면 주차장 임대수익조차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상가나 오피스텔을 30%까지 세울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일부 부지의 경우기본계획상 상가나 오피스텔을 불허한 곳도 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상가나 오피스텔을 세울 수 없다면, 주차장만 지어야 하므로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상업용지에 비해 상가비율만이 아닌 층수도 제한적이라 입찰 전 상권ㆍ입지 등 수지분석을 선행해야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낙찰을 해선 안 되는 땅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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