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을 국산쌀인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유명 막걸리 업체 등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단장 이철희)은 값싼 수입쌀을 원료로 막걸리, 떡 등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쌀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18개 업체를 적발하고 업체 관계자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경북 소재의 A막걸리 제조업체 대표인 권모(45)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미국산 수입쌀과 국내산 쌀을 혼합해 막걸리를 제조한 뒤 ‘백미(국내산)’로 표시해 60만병(5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2년 전 쌀 가공산업 육성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는 등 90년 전통을 이어온 지역 대표 주류회사다.
강원 소재의 B막걸리 제조업체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한 쌀만으로 동동주를 제조하고도 ‘우리쌀 동동주’라고 허위 표시해 막걸리 약 29만병(2억3,00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유명 격투기 대회를 공식 후원했던 C막걸리 제조업체도 미국산 수입쌀과 국내산 쌀을 섞어 막걸리를 제조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순수 우리쌀 100%’로 허위 표시해 막걸리 26만병(2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검찰은 쌀시장 개방 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값싼 외국 쌀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부정 유통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의무수입물량 40만 8,700톤의 유통 경로를 확인한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 단속반을 꾸려 40여개의 전국 쌀 가공식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단속 활동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명도가 높은 업체들조차 수입쌀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제품을 판매하는 실태가 확인됐다”며 “쌀수입 전면 개방 후 외국산 쌀의 건전한 유통경로가 확립되도록 관계당국과 공조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