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 Q&A 코너서 지우고
대신 아베담화 전문으로 채워
일본 외무성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지난 14일 자체 홈페이지에서 과거 자국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했다는 설명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역사문제 Q&A’ 페이지에 관련 설명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보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페이지의 ‘역사문제 Q&A’코너에는 일본이 전쟁 중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행했다고 기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과거 행동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삭제부분은 무라야마(村山)담화에 나타난 역사 인식을 토대로 한 것들이다.
교도통신은 외무성이 홈페이지의 역사 인식 설명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와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울리게 하려고 내용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외무성이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담화를 발표한 지난 14일 홈페이지에서 정부의 역사 인식과 아시아 국가에 대한 ‘식민지 지배의 반성과 사죄’에 관한 기사들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삭제된 대목에 대해 2005년 8월 전후 60년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페이지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 인식’ 외에도 일본의 전범들을 심판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을 비롯해 ‘위안부 문제’ ‘난징대학살’ 등 8개 항목에 대한 정부의 견해와 대응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외무성은 이들 내용을 삭제하는 대신 아베 담화의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기존 무라야마 담화나 고이즈미(小泉) 담화 등의 내용이나 강조점이 아베 담화의 취지가 맞지 않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외무성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조치다. 가능한 한 빨리 개정해 다시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담화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역대 정권이 반복해 사과했다는 사실을 거론하고 이런 입장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이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직접 사죄하지 않고 과거형으로 인용하는 데 그쳐 논란을 빚었다. 또 전쟁과 무관한 세대가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 때문에 외무성이 추후 아베 담화의 내용에 맞춰 홈페이지 내용을 개정한다면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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