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그룹 화해 국면 맞을 듯
이재현 회장, 거주변경 허가 빈소에
중국에서 암으로 별세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범 삼성가(家) 친족들이 찾아 조문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조문으로 2013년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다툼으로 촉발된 양가의 갈등이 화해 국면을 맞게 될 지 주목된다.
CJ그룹에 따르면 17일 오후 중국에서 항공편으로 운구된 이 명예회장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채욱 CJ 대표가 장례위원장인 CJ그룹장으로, 조문은 18일 오전 9시 시작된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영결식은 한 시간 뒤인 오전 8시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진행된다.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현(55) CJ그룹 회장도 법원의 허가로 부친 장례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공식 조문에 앞서 17일 오후 9시쯤 이재용 부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에 앞서 홍라희 관장과 이부진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도 조문했다. 당초 이재용 부회장의 조문 여부는 재계 안팎의 큰 관심사였다. 이 부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경우 선대에서 발생한 ‘갈등의 골’이 일정부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빈소에는 이 명예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여동생인 이숙희 여사, 이순희 전 제일기획 고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작고한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부인인 이영자 전 새한그룹 회장,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 등이 방문해 조문했다.
재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사촌인 이 부회장이 선처해달라고 제출한 적이 있는데다가 삼성과 CJ간 소송이 마무리된 상태여서 빈소를 찾아 조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왔다.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가 20일까지 주거제한 장소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추가해 부친 빈소에서 발인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1,600억원대 횡령ㆍ배임ㆍ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건강상 이유로 현재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 주거지는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됐고, 이 명예회장 빈소도 같은 병원이라 별도의 주거지 변경 신청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입원실과 장례식장 지번이 다른 것이 확인돼 이 회장 측은 이날 오전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주거제한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영결식장은 주거제한 장소가 아닌데다 CJ그룹 관계자도 “거동이 힘들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의 영결식 참석이나 장지 동행 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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