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은 이대로 두었다가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기본 전제다. 지난해 말 기준 438조원인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올해 500조원을 넘어서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어 2060년이면 고갈되리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45년 뒤인 예상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국민이 연금보험료를 더 내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춰 연금수령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크다 보니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수익이 외국의 주요 연기금의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배경이다. 앞으로 수천조원까지 늘어날 기금에 50조원에도 못 미치던 1990년대 말 에 만들어진 지배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해 독립시키자는 안과 국민연금공단 내 조직ㆍ인력 개편으로대응하자는 두 방안은 적어도 연금운용의 효율성 제고라는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인 만큼 무조건적 상호배척보다 상호보완의 소지가 크다. 또한 최종적으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연금관리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이해를 구해야만 결정할 수 있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어느 쪽이든 정부 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독립성을 확보해 예산ㆍ조직ㆍ인사에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이 잇따라 내놓은 개편안이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어제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 독립시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까지는 앞서 발의된 다른 법안들과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공사의 본부를 전북 전주에 두자고 한 내용이다. 이미 국민연금법에 기금 소재지를 전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고, 이에 따라 내년 6월쯤 기금운용본부를 이전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인 마당이다. 굳이 법안에 전주를 명시한 것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하는 한편으로 공사를 서울에 잔류시키려는 정부ㆍ여당 일각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기금운용본부 본사를 서울로 하는 법안을 발의해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야당 의원들이 격렬히 반발한 바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반대해 온 야당도 전주 이전을 못박기 위해 공사화를 받아들일 태세라는 말도 들린다.
이런 식으로는 지배구조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은 요원하다. 국민연금 개편을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여겨서야 어떻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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