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됐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롯데홀딩스는 어제 일본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 경영을 추진하길 희망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30분 만에 끝난 주총에서는 신 회장 측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등 2건의 의안도 과반의 지지로 모두 원안 통과됐다. 그 동안 신 회장 주도 경영에 반대했던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 동주씨는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형제의 난’이 불거진 지 약 3주 만에 열린 이번 주총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적나라하게 일반에 노출됨으로써 폭넓게 제기된 롯데의 안정적 경영에 대한 의구심을 조기에 수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일찍이 롯데그룹이 오너 일가의 이권 다툼에 흔들려서는 안 될 중요한 공적(公的) 자산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촉구(8월4일자 사설)했다. 그런 점에서 신 회장이 신속하게 주주의 총의를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이번 주총으로 롯데가 새 출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에 대한 공식 사과를 통해 이미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 경영 강화를 천명했다. 공식적으로는 불과 0.05%의 지분만 가진 신격호 총괄회장이 416개에 달하는 미로 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그룹 핵심 임원을 이사회 절차도 없이 해임하는 ‘황제경영’의 폐해, 그걸 뒷받침 했던 비밀 지배구조 등의 한계가 이번 사태로 극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이 신 회장이 약속한 호텔롯데 기업공개 및 연내 순환출자 80%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지지한 것도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화 궤도에 오른다 해도 롯데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한일 양국에서 롯데라는 기업의 사회적 정체성을 재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당장 국내에서는 롯데의 경영권이 롯데홀딩스의 일본 주주들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부터 거부감을 부르고 있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신 회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신동주씨 등의 일본어 인터뷰 등이 대중정서를 자극한 측면이 크다. 사실 글로벌기업으로서 주주의 국적은 별 문제가 아닌 시대라지만, 한일 양국에서 공히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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