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빅딜싸고 신경전
5·24조치 해법에도 인식차
김무성, 뉴라이트 등 보수층 겨냥
이승만 국부론·교과서 문제 집중
문재인, 장준하 묘역 참배 등
뚜렷한 진보색으로 공격적 모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근 선거제도 개편, 역사문제, 대북정책 등 주요 현안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후보 지지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두 ‘맞수’의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연이은 ‘이승만 국부론’
김 대표는 연일 민감한 근ㆍ현대사 문제를 입에 올리고 있다. 그는 우선 ‘이승만 국부론’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대표는 “백범 김구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모두 나라의 영웅”이라며 “편협하고 편향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역사적 인물을 우리 스스로 존경할 때 역사도 자랑스러워지고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아가 뉴라이트 등 보수층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도 천착하고 있다. 그는 이날 “어린 친구들이 부정적인 역사 교과서로 현대사를 배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역사관에 입각한 현대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발행 체제를 현재의 검정제도에서 국정으로 전환해 ‘하나의 역사’로 가르쳐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정권에 박해 장준하 묘역 찾은 문재인
반면, 문재인 대표는 13일 광복절 첫 행보로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이날은 ‘장준하 선생 4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김 대표와 대비됐다. 문 대표는 광복절이었던 15일엔 페이스북에 그간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제외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어올리며 우파의 사관을 부각시키고 있는 김 대표와 달리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김구 선생과 박정희 정권 당시 의문사 당한 장준하 선생을 참배하며 진보 색을 뚜렷이 한 것이다.
남북정책 역시 두 대표가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제재 방침을 담은 ‘5ㆍ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폭침으로 사망한 46명의 천안함 해병 장군을 상기하고, 최근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을 생각하면 그러한 제안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하며 하루 만에 거절했다. 앞서 문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일괄 타결하는 이른바 ‘빅 딜’ 제안 역시 김 대표가 “현실에 맞는 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하자”며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여야 차기 주자 ‘선명성 경쟁’ 시작
정치권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두 사람의 노선 차이가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역사관이나 대북노선은 평소 김 대표의 지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수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이기도 하다”며 “소신을 밝혀야 할 때는 분명히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는 다소 김 대표에 뒤져있는 문 대표로서는 더욱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여당을 향한 잇단 제안이나 ‘광복 70주년 기자회견’ 등은 당내 계파 갈등에 발목 잡히는 양상에서 벗어나 당 대표이자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서 큰 걸음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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