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만에… 아베노믹스 뒷걸음
블룸버그 "中 올 성장률 6.6%"
한국 포함 동북아 3국 동반 부진
아베노믹스로 회복세를 구가하던 일본 경제가 3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이 3년 만에 2%대 성장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중국 역시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7%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한중일 3국 경제의 동반 부진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17일 일본 정부는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0.4%(연율 기준 -1.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소비세 인상 여파로 성장률이 0.3% 후퇴한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도 안돼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성장률 감소폭은 시장 전망치(-0.5%)보다는 다소 낮았다.
지난해 4분기(0.3%)와 올해 1분기(1.0%)를 거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다시 주춤한 데에는 민간소비(-0.8%) 및 수출(-4.4%) 감소 영향이 컸다. 일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의 소비위축 효과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강력한 엔저 드라이브에도 수출이 뒷걸음친 요인으로는 자동차 등 중국 시장 부진이 꼽혔다.
시장에선 일본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베노믹스의 좌초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엔저에 힘입은 일본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설비투자 증가, 실질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 해소로 하반기 선진국 경기가 개선된다면 일본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며 일본의 올해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이달 전문가 설문조사에선 3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2.5%를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일본 정부 역시 하반기 경기회복을 전망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궤도 복귀를 속단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일본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최대 변수다. 이지평 위원은 “중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고 최근 위안화 절하까지 단행된 터라 일본의 대중 수출이 뚜렷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하가 일본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가로막으며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조치를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건 아다치 마사미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추가 완화 직전까지 일본은행에서 나온 입장이 일관되게 강경했던 것을 잊은 전문가들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은 물론 한국 등 동북아 경기 반등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온갖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달 10~13일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근거로 중국 상반기 성장률이 실제로는 중국 정부 발표(7%)를 훨씬 밑도는 6.3%에 불과하며 올해 연간 성장률도 6.6%에 그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민간기업의 투자증가율이 둔화되고 사내유보금이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는 등 정부 지출이 민간부문으로 파급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 회복이 더디고 생산요소 가격이 상승하는 등 위안화 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출 제약 요인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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