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딸과 무대에
“한국에서 연주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죠. 새로운 곡을 들려 드리려고 피아졸라의 ‘탱고’도 준비했어요.”
‘첼로의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미샤 마이스키(67)가 2년 만에 내한해 첼로 리사이틀을 연다. 29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9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4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연주한다. 마이스키가 “나의 가장 편안한 파트너”라고 말하는 협연자다. 1988년부터 내한공연만 스무번 째인 마이스키는 2013년 내한 때도 딸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딸을 “감성적이고 세심하고 열정적인 음악가”라고 소개했다. “가족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겠지만, 열정적이고 자기 색이 강한 연주자란 점은 저와 닮았죠.” 릴리에게 아버지 미샤는 “어떤 연주자보다 시너지를 크게 얻는 아티스트”다. 두 사람은 2005년 3월 이탈리아에서 첫 공식 연주회를 가진 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앙상블”이 됐다.
옛 소련의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유태인 미샤 마이스키는 1969년에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한 사건으로 2년 가까이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뼈아픈 고통과 우수가 짙게 밴 그의 연주는 단번에 한국인을 사로잡았고 방한 때마다 그의 연주장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최은규 클래식 평론가는 “마이스키의 연주는 비브라토가 풍부해 노래하는 것과 비슷한 음색을 들려준다. 특히 소품 연주에서 빛을 발하는데, 어느 순간 악기 소리가 아니라 가사 없는 노래가락처럼 들릴 정도로 감성적이어서 한국인 취향에 잘 맞다”고 말했다.
마이스키는 이번에 바흐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 데파야 스페인 민요모음곡, 피아졸라의 라그랑 탱고를 연주한다. 그의 리사이틀 중 가장 열렬한 반응을 모았던 레퍼토리(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과 편안한 첼로 소품의 조합)를 선보이는 셈이다. 마이스키는 “피아졸라 곡을 좋아하지만 연주는 최근에야 시도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싶어 라그랑 탱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9월 6일 서울올림픽 공원에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함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를 연주한다. 정 감독을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로 꼽은 그는 “(정 감독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아티스트로 그가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일 때 같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지휘자로서의 그와 협연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며, 항상 기대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삶에서 모든 것은 변했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게 음악가로서 목표에요. 저는 음악도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곡을 연주하는 사람, 관객, 공연장,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음악은 계속 바뀌죠. 이번 음악회에서도 그런 생동감을 교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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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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