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I don’t know’는 쉬우면서도 난해한 문장이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I don’t know’를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 Rumsfeld가 ‘Here are known unknowns; that is to say we know there are some things we do not know’라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은 요상한 궤변이라며 짜증을 냈다.
국방부의 주목적이 ‘앞으로의 모르는 일도 예상해서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말뜻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모르는 내용’(known unknowns)을 경계하고 ‘미국이 진주만 공격을 받을 것을 모르고 당했느냐 아니냐’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하도 복잡해서 역으로 추정해 보면 ‘we know’를 ‘known known’으로 표현했고 ‘We don’t know’를 ‘known unknown’으로 말하고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Our state of knowledge is nonexistent)를 ‘unknown unknown’으로 말한 것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을 할까 의문이 들지만, 국가 기밀이나 배경을 설명하면서 ‘I don’t know’라고 말하기가 난처했기 때문이다. ‘I don’t know’를 에둘러 말하려다 이상한 문장이 연거푸 나온 것이다.
미국의 기업과 기술 분야에서는 자연스럽게 ‘unknown unknowns’(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르는 것들)가 자주 쓰였는데 국방장관이 2002년 대량학살 무기를 언급하면서 이 말이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이런 말투 때문에 전 세계 쉬운 영어 사용하기(Plain English Campaign) 본부로부터 ‘쉬운 영어 사용하기’의 최악 사례로 상을 탔다. 언어학자들은 이 어구를 재해석하여 ‘We’re not in control and we don’t know what’s going on and we’re not going to be held responsible’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임자도 아니고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며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 문장의 골자라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처럼 긴급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한국판 ‘We don’t know’인 셈이다.
전문가나 직장인의 입에서 ‘I don’t know’를 듣기 어려운 이유는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해야 책임을 면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상에서는 ‘I don’t have the faintest idea’ ‘I don’t have a clue’ ‘Haven’t the foggiest’ ‘How would I know?’ ‘God only know’라고 말하면 된다. 친한 사이에는 ‘Beats me’ ‘Got me beat’ ‘You got me’ ‘Like I would know?’ ‘Search me’라고 말하기도 한다. ‘I don’t know’는 돌려 말할수록 책임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석에 신경을 써야 하는 씁쓸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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