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17일 한국천주교회가 독도에서 첫 공식 미사를 열었다. 한국천주교 대구대교구 울릉도 도동성당과 천부성당 관계자 등은 이날 오전 경북 울릉군 독도 동도 물양장에서 ‘광복 70주년, 순국선열 추모 및 평화 수호 독도 미사’를 봉헌했다. 독도는 일제가 자원수탈을 강행했던 곳인데다, 광복 이후 두 차례 미군의 오인폭격으로 인근 해역에서 수십~수백명의 어민들이 숨진 현장인 만큼 그 희생을 기억하고 평화를 염원한다는 취지다.
1960년 3월 울릉도에 설립된 신자 930명 규모의 도동성당은 2009년부터 독도를 바라보고 선 ‘독도 지키는 성모상’을 세워 매년 8월 15일 평화수호 미사를 열어왔지만 독도 땅에서 미사를 지낸 것은 처음이다. 미사는 손성호 신부(도동성당)와 나기정 신부(천부성당)가 공동 집전했으며, 양 성당의 신자 41명과 뭍에서 울릉도를 찾은 신자 10명, 독도 경비대원 10여명, 취재진 등 총 75명이 참석했다.
손 신부는 강론에서 “메르스사태ㆍ세월호사건 등을 겪으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바삐 뛸 뿐 조용히 생각하는 능력을 잃은 우리 모습을 보게 됐다”며 “외로운 섬 독도처럼 우리도 제 자리를 지키며 생각하는 존재가 되길 기원한다”고 입을 뗐다. 이어 “애국심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언동에 흥분하기보다 냉정하게 물러서서 독도를 생각할 때 조용한 평화를 생각할 수 있다”며 “정의가 짓밟히는 곳에 평화가 없는 만큼 이 땅에 정의가 온전히 실현되고 독도가 평화의 섬이 되는 날까지 기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도는 파고가 높거나, 배가 클 경우 접안이 어려워 입도가 가능한 날이 연간 60일 안팎이다. 이날 미사도 6월 한 차례 시도가 불발된 뒤 다시 추진됐다. 손 신부는 “도동성당 50년사에 독도 미사 기록이 없어, 3년 전 부임할 때부터 독도미사를 계획했지만 기상 등 변수가 많았다”며 “매년 5월이 성모성월(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달)이며 날씨가 좋을 때라 독도 미사를 정례화할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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