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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안희정-문재인 '광복절 아이디어'에 담긴 뜻

입력
2015.08.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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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경축행사' 기념사를 통해 "전 세계 평화 세력의 일원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고 식민지 지배 질서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한민족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자"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경축행사' 기념사를 통해 "전 세계 평화 세력의 일원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고 식민지 지배 질서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한민족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자"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복절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광복절 기념사가 화제입니다. 안 지사는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경축행사’ 기념사를 통해 “전 세계 평화 세력의 일원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고 식민지 지배 질서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한민족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한민족 독립 운동은 전 세계 식민지 독립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만큼 세계사에 이바지한 우리 민족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충남도 관계자는 “그 동안 우리의 독립을 외부 요인에 의해 얻어진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나라 안팎에서 수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원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지사의 이런 아이디어는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도 관계자들은 전했는데요.

안 지사는 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G2’ 경쟁을 우려하며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서로를 잠재적 적국으로 여기지 않고 대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 많은 독립 선열들의 정신이자 철학인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비전을 세우고, 우리가 먼저 앞장서자”고 주장했습니다. 안 지사는 ‘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하나의 시장과 집단 안보 체제에 기반을 둔 군사적 협력, 높은 수준의 외교적 협력을 실천하는 유럽연합(EU) 수준의 공동체”라 정의하면서 이 공동체가 한반도 통일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독일이 유럽 공동체 일원으로 주변국들과 신뢰를 구축한 것이 통일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에 따라 남북이 함께 노력한다면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중요 과제로 인식하고 지지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세이가쿠인(聖學院) 대학 학장이 주장해 온 ‘동북아공동체’와 맥을 같이합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셔널리즘은 ‘슈퍼 내셔널(Super National)’, 즉 국가를 뛰어넘는 다국간의 틀을 만들어 조금씩 줄여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도 남북한이 솔선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4개국을 포함한 다국적 틀을 통해야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빨리 북핵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 지사는 통일을 위한 선결 과제로 ▦20세기 식 낡은 진보ㆍ보수의 이념 갈등을 끝내고 ▦우리나라가 좀 더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해야 하며 세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 지사는 “21세기에도 미국이 전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 국가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아시아 평화 공동체 구성에 대해 미국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충남은 평화 교류를 통해 동북아 공동 번영을 이끈 백제의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도가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비전을 선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안 지사는 이날 기념사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지금껏 안 지사가 개별 이슈 관련해서 발언은 했던 적은 있지만 통일, 외교 관련 발언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비전과 함께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충남도 관계자는 “1달 넘게 준비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별도 준비팀을 꾸려 안 지사가 평소 통일, 외교와 관련해 했던 발언을 정리하고, 강조하고자 했던 내용을 정리해 초고를 만든 뒤 이를 외교, 통일 전문가 3,4명에게 자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발표할 내용을 가지고 토론도 진행했습니다.

안 지사가 이 만큼 공을 들인 까닭은 무엇보다 차기 대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광복 70주년은 통일, 외교라는 굵직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실제 안 지사의 이번 기념사는 도 지사로서의 메시지로는 과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폭넓은 식견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 면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과는 결이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는 안 지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과 ‘남북, 북미 ‘2+2 회담’ ‘등을 중심으로 남북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당 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2주에 걸쳐 준비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표의 발표문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현 경기교육감)의 정책 비서관을 지낸 홍익표 의원, 진성준 당 전략위원장,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한 준비팀이 문 대표와 함께 초고를 작성했고,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등 외부 인사 등에게 자문해서 마무리한 뒤 두 차례에 걸쳐 다 같이 모여 읽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과 스페인을 잇는 화물 전용 철도 개통을 선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블라디보스톡을 자유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런 큰 변화에서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는 완전히 소외됐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대로 적극적으로 환동해경제권, 환황해경제권을 추진하면서 주변 국들의 움직임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ㆍ24 조치 해제나 6자 회담 재개 등 그 동안 주장해 왔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며 “그 결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자고 하거나 남북, 북미가 직접 나서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야권의 두 대선 유력 후보들이 경쟁력으로 통일, 외교와 관련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그것을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숙제를 잘 해결해 내야 진정한 미래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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