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출장횟수 적어 FA 미뤄져… kt 옮겨 옛 스승 조범현 감독과 재회
간판타자 믿음에 보답 멀티홈런 펑펑… 3년 부진 걷어내고 제2 전성기 예고
kt 김상현(36)은 SK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 시즌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가 될 기회를 미뤄야 했다. 경기 출장수가 적어 자격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는 “기회를 못 잡은 내 잘못”이라며 누구 탓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상현은 지난해 11월 kt의 특별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 입고 KIA에서 함께 했던 조범현 감독과 재회했다. 자연스럽게 2009년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돼 36홈런과 127타점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꿈 같은 시즌을 보낸 기억이 되살아났다. 누구보다 김상현을 잘 아는 조 감독은 시즌 시작부터 김상현을 간판타자로 기용하면서 “힘을 빼고 칠 것”을 수 차례 강조했다. 김상현은 개막전부터 멀티홈런을 치며 부활을 예고했기에 조 감독의 기대와 신뢰는 컸다. 그래서 조 감독은 더욱 김상현을 채찍질했다. 7월 초에는 한 차례 2군행도 경험했다.
절치부심한 김상현은 지난 12일 수원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시즌 19,20홈런을 기록했다. 2010년(21개) 이후 5년 만의 20홈런 타자로 귀환했다. 선수생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맞은 kt에서 KIA 시절의 몸과 마음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14일 수원 롯데전에서도 멀티히트와 함께 시즌 21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불만스러웠던 타율도 2할7푼대(0.270)까지 끌어올렸다. 타점도 팀 내에서 마르테(67개)에 이어 2위(63개)다. 2012년부터 3년간의 긴 슬럼프를 감안하면 거의 완벽한 부활이다.
김상현이 만약 지난 시즌 정상적으로 FA 자격을 얻었다면 보잘것없는 성적(42경기에 타율 2할2푼3리)으로 시장에 떠밀려 나갔을 것이다. 최정과 김강민(이상 SK), 박용택(LG) 등 쟁쟁한 대어들에 밀렸을 것이 뻔하다.
비록 FA 취득은 1년 늦었지만 전화위복으로 kt에 특별지명으로 1년 먼저 들어와 올 겨울 FA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셈이다. 경쟁력 차원에서도, 그리고 시즌 성적으로도 전화위복의 늦깎이 FA가 될 것이 확실하다. 2001년 KIA에서 데뷔 후 무려 15년 만에 얻는 FA 자격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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