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담화에 위안부라 안쓰고 여성인권 거론한게 한일협상에 더 좋다”
“식민지배 자체보다 강제병합이 더 큰 문제, 한국민이 인식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15일 발표됐다. 17일 일본 내 한반도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ㆍ사진)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를 만나 양국 정상의 발표에 대한 비교 평가를 들어봤다.
오코노기 교수는 우선 아베 담화에 대해 박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생각해 인내했으며 이번엔 일본이 감정적이었고 한국이 이성적이었다”며 “담화는 일본의 입장에서 봐도 담화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학문적으로도 아베 담화엔 무리한 얘기가 많다, 러일전쟁이 아프리카, 아시아 사람들의 용기를 줬다고 했지만 러일전쟁이 아시아를 해방시키려는 전쟁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한일병합 자체에 대해서도 평가와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러일전쟁 운운한 것은 한국에 대해 무신경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그런 말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이 시도했던 한일병합은 유럽의 식민지 지배보다 더 지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유럽과 미국의 식민지정책은 물리적이라 나중에 독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일본이 한반도에서 행했던 정책은 항구적 동화를 목표했다는 것이다. 오코노기 교수는 “식민지는 나중에 자치능력이 있으면 독립이 예정된 것이지만, 일본의 한반도 병합 정책은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담화가 일본의 침략전쟁에는 사과하고 한반도 병합에 대해서는 외면했지만 한반도 역시 침략전쟁의 피해지역이라고도 했다. 그는 “러일전쟁을 계기로 한반도를 병합했기 때문에 일본이 ‘해양의 나라’에서 ‘대륙의 나라’가 됐으며, 이후 1931년 만주사변, 37년 중일전쟁, 그리고 2차 대전까지 전쟁책임이 바로 한일병합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그 근거를 설명했다.
아베 담화에 전시 여성인권이 거론된 것은 긍정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수 차례 얘기했으며 크게 진전된 것”이라며 “역대내각과 다른 시각으로 전시여성문제를 말한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포함해 일본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밝혔다.
위안부가 직접 거론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위안부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국한된다. 여성문제로 해야 범위가 커진다, 위안부로 특정하면 처음부터 한일협상에 애로가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가 전시여성문제로 확대돼 다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양국 협상의 해법은 사실 이 방법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로만 머물면 비정부단체(NGO) 차원의 문제에 머문다”며 “정부간 대화는 좀 더 큰 가치를 다뤄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위안부란 단어가 안나온 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한 표현에 주목한다고 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역대 한국 정권은 일본이 위안부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했지만, 일본이 혼자 해결 못한다”며 “양국이 수면아래서 위안부 문제를 일단 여성문제로 접근한다는 양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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