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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기업가 정서와 기업정책

입력
2015.08.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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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들을 방문할 때마다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국내 재벌기업들의 광고 간판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 재벌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은 세계적 주력산업이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와 같은 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이미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들 기업에 입사를 목표로 높은 학점을 받고 영어성적을 올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여기에 소위 스펙을 추가적으로 쌓느라 여유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들을 미래 직장으로서 선호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들 기업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이처럼 재벌기업들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한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법인세율 인상, 투자 제한, 진출 업종 제한 등 이들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일부에서 얘기하듯 우리 국민들이 ‘반(反)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기업 경영을 하는 기업가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즉, ‘반기업가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반기업가 정서가 나타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재벌 가문들이 1%도 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자신들이 전체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글로벌 기업에 부합하지 않은 반사회적이고 비상식적 행동들을 모두 하고 있다. 횡령, 배임, 일감 몰아주기, 편법증여, 형제의 난, 왕자의 난, 땅콩회항, 특별사면 등은 이들에게 단골로 등장하는 수식어들이다.

반기업가 정서에 불을 붙인 것은 아마도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서 증여 받은 약 61억여원에서 시작한다. 당시 낸 증여세는 단 16억여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으로 이 부회장은 비상장사인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저가로 매입한 이후 상장을 통해 차익 약 563억여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이 자금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구입한 이후 주식으로 교환하면서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부회장은 삼성을 지배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골목마다 들어서고 있는 빵집이나 커피전문점 등이 과연 그들이 진출할 업종인가 의구심을 갖는다. 더욱이 최근 국내 면세사업을 위한 국내 재벌기업들 경쟁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재벌기업들만의 문제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최근 최고의 막장 드라마를 보여 준 것이 우리나라 5대 재벌기업이라고 하는 롯데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다. 이처럼 전근대적 경영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경우도 없었다. 롯데의 경영자들이 과연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주에 의한 기업 경영이라는 기본을 이해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재벌회장이 공식절차 없이 이사를 해임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언론에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기업이 성장한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전근대적 경영행태를 보여 주는 한국 특유의 재벌 기업가 경영 행태는 조만간 시장기능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고 따라서 현재 성장동력 산업인 중화학공업만을 중심으로 해서는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 선진국형 경제구조를 만들고 신산업을 창출하지 않고는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득을 현세대가 남겨주지 못할 것이다. 기업가들이 밉다고 해서 기업들을 죽일 수는 없다. 반기업가 정서의 주범인 기업가는 사라져야 하지만 기업은 껴안고 가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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