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두 기관 수뇌부들과 함께 1년여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댄다. 양측 모두 친선 차원의 만남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 부총리 취임 후 1년여 만에 성사되는 고위간부들의 비공개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16일 기재부와 한은에 따르면 최 부총리, 이 총재를 포함한 두 기관 정책라인 핵심 간부들이 이달 말께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를 조율 중이다. 양측 고위 관계자들은 다만 만남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친목 차원의 만남”이라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두 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회동 자체에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양측이 만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과 뒷말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한은 수뇌부가 처음 마주한 건 최 부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21일. 당시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외부기관을 만나는 건 한은이 처음”이라며 “기재부와 한은은 경제의 양 축”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두 기관이 경제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에선 당시 ‘추경 없는 경기부양’ 의지를 천명한 최 부총리가 한은의 금리인하 지원사격을 에둘러 당부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이른바 ‘와인 회동’을 가졌다. “같이 묵던 호텔에서 편하게 만나 와인을 마신 게 전부”라는 최 부총리의 해명에도 불구, ‘금리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라고 답하면서 ‘눈빛 교감설’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두 사람이 만난 작년 7월과 9월 직후인 8월과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전격 인하하면서 시장에선 두 사람의 만남을 금리인하의 시그널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세간의 과도한 관심 때문인지 올 들어 두 기관은 일정한 거리를 두어 왔다. 공식ㆍ비공식 만남이 끊긴데다, 최근엔 이 총재가 “금리정책에 기대기보다 구조조정, 추경 등이 중요하다”는 ‘훈수’를 연달아 강조하면서 한때의 ‘찰떡 호흡’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두 수장간 회동의 핵심 화두는 회복은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경제환경에 대한 대응방안이 될 전망이다. 사상 최저수준(연 1.5%)까지 내려온 기준금리야 더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정부로선 수출전선의 먹구름, 중국의 위안화 절하 도발 등 갈수록 늘어가는 대내외 악재에 맞서 경기 방어를 위한 한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역시 양측의 협력 없이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특히 연말 2013~2015년 물가안정목표가 종료됨에 따라 조만간 향후 3년간 물가안정목표를 확정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1년 전 공개 상견례와 달리 비공개 회동이라는 점에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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