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05년 개명 허용 기준을 완화한 지 10년 만에 개명 신청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어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430여명 꼴로 개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5년 7만2,833건이던 개명 신청은 2006년 10만9,567건으로 크게 증가한 뒤 지난해 15만7,965건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8만1,540명이 개명을 신청했다. 개명 신청이 급증한 것은 2005년 11월 대법원이 범죄를 은폐하거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닐 경우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K(35)씨가 “이름에 쓰인 한자가 희귀 글자여서 혼동이 일고 여자 이름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낸 개명신청에 대해 “개명을 허가할 사유가 없다”고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 이후 1990년대 70%대에 머물던 개명 허가율은 현재 95%까지 높아졌다.
개명을 신청한 이유로는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잘못 기재되거나 김치국, 김말녀, 강도년 등 이름 때문에 주변에서 놀림의 대상이 된 경우, 강호순 등 흉악범과 이름이 같은 경우 등 다양했다. 이름의 발음이 어렵거나 한글 이름을 한자로 바꾼 사례도 있다.
올 6월 현재 가장 많이 선택된 개명 이름은 남성은 ‘민준’, 여성은 ’수연’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 남성의 경우 ‘현우’‘정우’‘서준’‘도현’ 등의 이름이 인기를 끌었고 여성은 ‘지원’‘서연’‘서영’‘서윤’ 이름을 선호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2차례 이상 이름을 바꾼 사람도 1만6,577명에 달하는 데 10대 이하가 4,42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3,513명, 20대 3,439명으로 젊은 층 비중이 높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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